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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 상호 이해를 위한, 의미있는 교류 네트워크 ‘스튜디오체험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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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환의 레지던스 이야기

(9) 상호 이해를 위한, 의미있는 교류 네트워크
 ‘스튜디오체험 1박2일’




게스트 룸. 작업실 내에 파티션을 설치하고 간이침구류와 집기를 구입해 작업실인 스튜디오를 일시적인 게스트 룸으로 만들었다.



  독일의 철학자 딜타이(Dilthey Wilhelm, 1833~1911)는 “이해”를 ‘문화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각도에서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묻어난 작가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의 사랑, 그들의 환경, 그들의 성장과정 등. 특히 작품의 탄생배경은 우리가 마치 그 자리에 작가와 함께 있었던 것처럼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등공신이다. 반대로, 작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해”함으로써 관람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목적이 소통이기에 작품 활동을 한다.

  창작하는 이도, 관람하는 이도 모두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지만 이해라는 것이 단순히 안다고 해서, 그 대상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과 정성 같은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들 말이다.  

  최근 기획자(매개자)의 역할은 전시를 열거나 행정적인 내용들을 지원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 창작자(생산자)들의 작품구성 전반을 작가와 협업하는 창의적인 수평적 관계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듯 각 레지던스 스튜디오들은 작가와 매개자의 접촉을 늘리고 관계를 깊이 있게 다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노력이 창작자를 더욱 성장시키고 매개자의 스펙트럼이 넓혀지는 여러 사례들을 보았다. 이는 작가와 매개자간의 양질의 인적교류와 정보공유를 통한 것으로서 작품성과 더불어 인적교류가 작가성장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곤 한다.

  결과적으로 작가(생산자)와 기획자(매개자)간의 관계의 정도는 여러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향후 매개자가 작가작업의 학술적 뒷받침을 한다든가, 작가선발 시에 심리적 가중치를 둔다든가, 각종 전시 행사에 초청 및 추천을 하는 방식으로, 또한 작품판매 경로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그야말로 광범위하다 할 수 있다. 물론 작가 역시 매개자를 통해 시장의 니즈(needs)를 읽어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취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소들이 작품에 민감하게 반영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작가와 기획자의 관계는 서로 재산이라 할 만큼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작가와 기획자간의 교류가 전시 등의 계기를 통한 만남이 있었다고 저절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화초를 가꾸듯 끊임없는 상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획자가 작가의 작업유형과 작품 앞에서 1~2시간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해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작가에 대해 깊이 알 수는 없다. 이보다 앞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와 기획자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속한 이곳, 고양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할까 한다. 고양스튜디오는 작가와 기획자(매개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데  ‘레지던스 스테이 1박2일’이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기획 의도는 한시적 유휴공간을 이용해 작가와 미술관계자의 장시간 만남을 주선하는 ‘인적교류의 장’을 꾀하는데 있다.

  본 프로그램의 출발은 금년 7월 초 인도에서 온 입주 작가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귀국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작가의 조기 퇴실로 주인 없는 스튜디오 1실이 덩그러니 놓이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의 순기능과 이해관계, 가능성을 여러 방면으로 고려하던 중 적은 예산을 들여 공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임시 게스트룸’을 조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작업실 내에 파티션을 설치하고 간이침구류와 집기를 구입하고 작업실인 스튜디오를 일시적인 게스트 룸으로 만들었다. 진작부터 다목적 게스트 룸을 구비하려 했으나 작업실의 용도변경과 예산 등의 문제로 여유롭지 않던 것이 일시적인 시범사업 형태로 간소하게나마 구성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양스튜디오가 갖는 지리적 접근성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하던 중 외국의 유사사례를 보면서 제기한 단순한 출발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구성된 프로젝트라는 것이 조금 더 솔직한 고백이다. 창작스튜디오가 위치한 곳들이 접근성이 좋은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안산 선감도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스튜디오 등은 도심권에서 멀리 떨어진 스튜디오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창작스튜디오 체험 1박2일』은 전국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초청, 스튜디오에서 1박2일 간의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8월~9월 사이에 총 4차례에  걸쳐 운영되는 것이 골자이다. 아이뮤 프로젝트 유은복 대표와 사비나미술관의 강재현 큐레이터, 최현진 갤러리 SP 디렉터 등 총 20여명의 기획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입주 작가들과 함께 교류와 소통, 토론의 장을 가짐으로써 인적네트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초청에 응해준 방문자들이 스튜디오에 오자마자 짐도 풀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작업실 탐방이다.



아이뮤 프로젝트 유은복 대표(왼쪽)에게 프랑스에서 온 Lelouche, Marie 작가가 진지하게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온 작가 오마르손(Omarsson)(앉은 이)


20여개의 작업실을 매회 5~6명의 방문자가 인솔자와 함께 작업실의 번호 순서대로 차례로 탐방하는 것이다. 이때 해당 작가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주요작품을 약 5분 내외로 설명하거나 준비한 시각자료(도록, 엽서, 포트폴리오 등)로 소개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파티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고 격식 없는 자유 시간을 통해 작가와 매개자들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진다.



작가와 매개자들이 자유롭게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주 작가들이 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은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보다 특정 소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함에 있어서 보다 밀도 있는 관람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초청 참여자(매개자 등)가 큐레이터, 디렉터, 이론가, 컬렉터, 미술애호가 등으로 구성돼 미술계 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는 작가 입장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들을 수용하고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관심)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고, 참여자들 또한 각기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미술애호가 등 미술관계자들의 작가 작업실 탐방 모습


  이제, 창작스튜디오는 작업을 위한 ‘지원 공간’ 만으로의 기능이 아닌, 창작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의 변신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과 정성과 같은 위대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심규환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
2010. 9. 27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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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0/09/16 17:29:07 Posted at : 2010/09/16 14: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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