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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 정책과 현장사이에서 바라본 창작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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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환의 레지던스 이야기

(4) 정책과 현장사이에서 바라본 창작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전경


  2000년 밀레니엄 직후, 젊은 작가들의 활동영역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해졌다. 동시대 미술의 주류를 이루는 전 세계적 상황과 국내 상황이 우연히 맞물려 해외옥션과 각종 비엔날레에 ‘젊은 이름’들이 링크되고, 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또 다른 젊은이들의 작품이 러브콜을 받으면서 상업 갤러리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거듭 초대전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젊은 작가들의 전시환경은 창작기금지원을 포함하여 개선의 극점에 도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창작을 위한 공간지원도 예외는 아니다. 레지던스프로그램(창작스튜디오)이 바로 그것이다.

  ‘창작 공간’, ‘창작 스튜디오’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작업실 또는 화실이라 부르던 미술가들의 작업공간을 ‘창작 스튜디오’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고, 다양한 운영기관들의 목적과 설립취지 등을 통해 자연스레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일상의 작업 공간’ 두 가지의 개념으로 나뉘게 되었다. 예술가 입장에서 볼 때, 한시적인 레지던스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적인 작업 공간’ 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 또는 소그룹에게 정부나 특정단체가 작업실을 제공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결여된 상황에서, 이를 제도화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상향’과 같은 이를 표현하는 것은 이번 연재에서 과감히 생략하도록 하겠다.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활용한 강화, 논산 스튜디오 사례이후 10여년이 훌쩍 지난 2010년 현재의 창작스튜디오는 창작 공간 지원중심에서 벗어나 국제교류 프로그램, 학술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지원을 하며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지역주민 등과의 징검다리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전국에 활발히 운영 중인 10여개 이상의 국ㆍ공립스튜디오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은 각 스튜디오별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기능의 차별성, 국제화를 위한 네트워크 모색 등 중장기적인 계획성립과 실천 등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각 운영기관들의 비슷한 설립취지와 공간이 생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①예술가들에게 안정된 창작공간을 제공, ②지역주민의 문화향수 기회증대, ③낙후된 지역의 문화적 재생) 탓에 각각 프로그램 특성화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설립기관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창작 스튜디오 본연의 기능과 취지는 무엇인지, 해당 기관 입주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무게를 둘 것인지, 지역 내의 문화시설로서 문화향수 제공에 무게를 더 둘 것인지, 도심재생과 지역사회연계인지, 현 실정상 대부분의 창작스튜디오는 두세 마리의 토끼를 쫒아야 하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또한 관점을 달리하면 ‘창작 공간’이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인가? 예술소비를 위한 문화향수 시설인가, 하는 물음도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스튜디오 전경


  대부분의 국ㆍ공립 창작스튜디오 사업은 사업기관의 1년 단위 예산의 구성과 집행으로 관련사업 평가가 이루어지며 이에 따른 심리적 조급성으로 인해 창작지원의 형태가 입주한 작가들의 창작의 주기에서 한참 벗어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인터넷과 비엔날레 등의 행사를 통해 외국작가들의 국내 유입으로 자연스레 해외 주요 레지던스 프로그램 정보들이 넘쳐나 각 창작스튜디오마다 ‘국내외 교류 확대’, ‘국제교류의 거점’ 등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기대와 달리 관련 인력과 예산 및 노하우 부족 등을 이유로 ‘기획(안)’ 단계에서만 맴도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생산적 환경 아래, 새로운 창작스튜디오가 생겨나도 지역성과 문화적 정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아무런 여과나 비판 없이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 조성목적과 운영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만 우선적으로 짓고 보자” 는 식으로 시설 조성사업만이 선행됨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게다가 결재권을 지닌 설립기관의 해당부서  담당자들의 잦은 이동(순환근무)으로 인해 연속사업의 지장을 초래한다. 이는 다시금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기능에 관한 인식부족을 만들어 앞서 언급한 일들이 되풀이 되는 현상을 낳는다.

  창작스튜디오 사업은 그동안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논리에 입각해서 추진되어왔다. 창작지원 사업을 바르게 정의하고 그것이 작가지원에서 나아가 한국현대미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더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창작지원 방안이라고 할지라도 기존에 전개해온 관행적인 지원사업의 수적 증대를 지향하는 수준보다는, 한국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구조를 진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며, 따라 하기 식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창작지원사업을 수적으로 양만 늘려서 기관의 위신을 높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비전과 중장기적인 전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 재정립과 전문 인력으로 이뤄진 조직 구성, 예산 조성과 지출 방법 개편 등을 다양하게 모색하여야 한다. 또한 계획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과 실현가능한 단계별 전략 목표를 향해 전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후죽순. 어떤 일이 한때에 많이 생겨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요즘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창작스튜디오 조성에 관한 현상을 표현하는데 적합할 듯하다. 시행착오와 접근방법은 달랐으나 과거 논산, 강화의 경험과 예를 토대로 한층 진화된 현재의 창작스튜디오, 지금의 담금질 된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장점과 과정을 살펴보면 어제보다 나은 업그레이드된 창작공간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심규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
2010. 4. 26 ©Art Museum
<글ㆍ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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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0/04/20 15:40:50 Posted at : 2010/04/20 15: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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