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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6)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을 개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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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환의 레지던스 이야기

(16)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을 개최하며<終>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 개막식 모습


  필자의 마지막 연재인 이번 글은 지난 3월 런던에 있는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2011년 3월22일~5월28일)에 관한 내용이다. 국내 대표적인 창작스튜디오인 국립창작스튜디오는 지난 2002년에 설립되어 2011년 현재까지 50여 개국 400여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상호간의 교류와 자극을 통해 자신의 작업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작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전시, 교류, 학술  등의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활발한 창작교류와 작가 프로모션을 통해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국내 창작스튜디오 성장에 롤 모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은 국립스튜디오의 창작지원 활동을 소개하고 나아가 한국 창작지원프로그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그 현황 및 성과를 통해 미래를 제시하는 구심점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난 2007년 국립창작스튜디오는 개설 5주년을 기념하여 ‘공통경계-예술과 자유를 지향하는 삶’이란 주제를 시작으로 특별전을 개최하였으며 이후 격년제로 확대 개최되기에 이른다.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한 <버라이어티 2009>전과 같은 해 연이어 개최된 뉴욕한국문화원의 <doors open 2009>전은 역량 있는 스튜디오 작가들을 직접적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프로모션 하는 계기로 삼아 귀추가 주목되었다.

  2011년 네 번째로 진행된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시<Monologues 2011>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었다. 런던 트래펄가 중심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이기에 이 전시는 장소 특정적 성격과 국내에서 기획한 많은 해외전시가 한국의 역사성과 일상성을 보여준바 있어 이를 탈피하고자 자연스레 크고 작고 각기 다른 전시방향성을 가지게 되었다.



런던에 있는 주영한국문화원 입구


  먼저 한국 창작지원의 정책과 담론을 집중 소개하여 다양한 지원체계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무게를 두게 되었다. 스튜디오 출신 작가 중, 국내외 비엔날레 등의 해외전시, 대형 상업화랑, 옥션 등에 소개된(이름이 알려진) 작가들 중심으로 그룹을 만들어 한국 창작지원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슷한 참여 작가들의 전시가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그것도 연이어 두 번이나 진행되었다 점에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두 번째의 방향성은 한국문화원의 성격과 역할에 염두를 두어 작품에 내재된 한국(동양) 전통을 중심으로 현대화하고 재해석한 작가 군(群)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전시로 구성하는 데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이는 장르, 주제, 내용 등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의 전통의 재해석을 부각시키는데 역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학부 과정 때 한국화과나 동양화과를 졸업한, 먹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이들 중 영상, 사진 ,조각 등 매체를 달리하는 이들이 중심인지, 라는 의문과 동시에 작품설치 공간의 협소 등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점을 감안하여 또다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창작스튜디오 작가 특별전 작품설명회 모습


  마지막 기획 방향성은 전시 공간이 복도 등으로 협소하며 공간 특정적인 조각, 설치작품은 대상구역의 이해도가 낮고 전시진행의 시, 공간적 한계가 있어 평면 작품들이 적합한 것을 근거로 들어 창작스튜디오 입주 ‧ 출신 작가 중 내러티브가 강하며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개인과 사회, 자아와 타자의 관계성에서 독창적인 방법으로 탐험하는 작가들을 선별하여 전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게 되었다.

  참여 작가를 선별함에 있어 입주 ‧ 출신 작가 400여명의 리스트 중 한국 작가를 우선 선별하고 전시 관련 주제 및 평면 작업 작가 순으로 필터링을 진행하여 10여명의 우수한 작가를 선별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전시의 주제와 목적 등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스튜디오의 입주 ‧ 출신 작가 가운데 역량 있는 한국의 작가를 선별하여 이들의 예술적 기량을 국제적으로 알리고자 기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적 정서에 바탕을 둔 이들의 작품은 일상의 언어와 관념 속에서 자아와 타자,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탐구적인 시각과 자세를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삶 속의 빛바랜 기억과 감성을 일깨워 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 선정 때 가장 주목한 점은 참여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개별적 조형의식들이 계속적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창작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물론 작가들의 독창적인 세계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통해 숙성된 작품들 역시 분명 일정하게 공유하는 부분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을 하였다. 



런던의 주요 예술관계자들과의 전시간담회 모습


  참여 작가로는 써니 킴, 고등어, 이은실, 이진주 등 총 4명으로 구성됐는데 간단히 개하면 아래와 같다.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민해 성장한 재미교포 써니 킴은 주위에서 찾아낸 이미지들을 개인적인 감수성의 필터로 걸러 내는 동시에 상징과 은유를 통해 내적 특수성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전환시킨다. 즉 자신의 삶 속에서 현실화 되지 못한 채 갑자기 사라져 버린 한국인으로서의 유년기를 타인의 사진첩이나 영화 등에서 이미지를 차용, 경험과 기억의 단절적 내러티브를 구사한다. 작가 고등어는 다채로운 색감과 연극적 요소를 화면에 대입하여 일상이 되어 버린 현실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기능으로서의 미술에 대한 자각을 작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 역설하였다.



써니킴 작가 주요 출품작


  이은실은 인간의 정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욕구들의 심리적 현상들을 은유와 상징적 표현수단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작가다. 마치 초현실적인 시 ‧ 공간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표현하기 어려운 징후나 느낌들을 그녀만의 시각언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상태를 그로테스크한 인물과 동물의 성적기호나 변화된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진주는 신체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나 개인사의 장면을 한 화면으로 응축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과 관련된 상황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면서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일종의 퍼즐같이 독특한 방식으로 배열한 익숙한 도상들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현대인이 느끼는 양면적이며 복잡한 심리 등 내면의 다양한 층위를 자신만의 시각적 조형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자신과 주변의 관계성에 대해 탐구한다.

  해외전시다 보니 전시 비용 중 작품운송비가 녹록치 않았다. 회화 및 드로잉 등 출품작 30여점을 전시 일정에 맞추어 항공으로 런던까지 운반했는데, 항공여비예산이 없어 참여 작가들이 한국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참여 작가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전시기간 내내 별도의 전시공간에 작가들의 예술철학을 엿볼 수 있게 준비하였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통해 여러 생산적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형성되었다.

  예를 들어, 국내 레지던스 기관들이 증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창작 레지던스 최초로 입주 작가들을 직접 런던 현지에 프로모션 함으로써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국립창작스튜디오의 국제적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 및 활동을 런던 현지에 홍보하고 국제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단초를 마련했다는 데에서 더욱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막식장을 방문한 다수의 미술관, 레지던스 관계자(Alessio Antoniolli<Gasworks 디렉터>, Lea O'Loughlin<Manager, International Residencies Programme ACME> 등)와의 만남을 통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향후의 국제연계를 모색하였다. 아울러 한국 현대미술 작가 지원책의 하나로 입주 작가들의 퇴실 후 전시를 개최하여 스튜디오-작가 간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해외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부분이 더욱 강조되었다.

  끝으로 참여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성장한 재미교포 써니 킴의 회화 작업은 단절적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주에 따른 문화적 단절로 인해 자신의 삶 속에서 현실화 되지 못한 채 갑자기 사라져 버린 한국인으로서의 유년기를 타인의 사진첩이나 영화, 잡지, 신문 등 매스 미디어에서 찾은 이미지를 차용하여 본래의 맥락을 지워낸 후 가상적 내러티브로의 재구성을 꾀한다. 차용된 빛바랜 사진에 기록된 타인의 경험과 기억의 단편에서 작가는 언뜻 유년기 상실감을 달랠 안식처를 찾은 듯이 보이지만, 그녀의 회화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에 대한 막연한 향수로 공허하다. 누군가에게는 특정적 시간과 공간에 매어진 기억의 고리가 될 사진 속 이미지들이 그녀의 회화 속에서는 목소리를 잃은 채 빈 껍데기로만 남아있다. 잿빛 그림의 표면은 그 깊이를 감지할 수 없는 해수면처럼 불투명하여 작품을 바라보는  이가 그림 속에 자신을 투영하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감상자는 그림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주입하기보다는 관찰자적 시점에서 교복으로 정형화된 소년 ‧ 소녀들의 뒷모습에 드리워진 그들만의 영원히 정지된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고등어의 회화 색채는 밝고 다채롭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은 갈등의 격전지 같다.
작품 <엄마의 옷장에서 밤을 기다린다. 2008>. 저녁노을로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가르는 사슴의 뿔 사이로 이른 저녁 별들이 빛을 발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노을빛으로 가득한 하늘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흰 사슴의 목에 단도를 꽂고 있는 파란색 양복의 남자들을 인식함과 동시에 핏빛으로 물든다. 사슴의 입에서 흘러나온 무지개는 비가 되어 무채색의 식물 위로 내리고 어지럽혀진 어머니의 옷장 속에는 검은색 속옷 차림의 무표정한 소녀가 웅크려 몸을 숨긴 채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옷장 왼쪽 거울에는 파란색의 양복재킷과 흰색 바지를 입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일제히 무표정한 얼굴로 소녀를 응시하고 있으며 오른쪽 거울에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한 마리 토끼가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흰 사슴의 등에는 노란색 옷의 소녀들이 옷장 속 소녀의 긴 기다림을 암시하는 듯 각각 다른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를 안고 있다.



고등어 작가 주요 출품작


  고등어는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은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하여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 속의 권력 또는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파란양복의 남자’와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는 무표정하고 공허한 눈빛을 가진 ‘소녀’ 등이 있다. 이들의 대립구조는 동물 또는 그들의 가죽으로 만든 옷, 남녀의 성기, 실타래, 시계 등을 통하여 필연성과 개연성을 더하게 된다.

  이은실은 인간 내면세계의 심리상태를 독특한 은유와 상징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다. 물감이 캔버스 표면에 접착되고 층을 형성하며 완성되는 유화와는 달리 종이 물들이기의 과정으로 그려지는 수묵담채화의 특성처럼, 그녀의 회화 속의 성욕과 배출욕은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잔잔하지만 그림 전반에 스며있으며 그 기운은 우리의 육감을 자극할 정도로 강하다.

  그래서 현실세계와 화폭에 그려놓은 세계를 가르는 경계는 마치 한 걸음에 들어 갈 수 있을 듯 얇게 느껴진다. 인간의 신체와 뇌가 분리 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듯, 한 올 한 올 페티쉬적으로 묘사된 체모로 뒤덮인 동물이나 사람의 육체로 표출되어 해체된 전통가옥의 건축구조 속에 놓여있다. 문은 열려있으며 벽은 부분만 그려져 경계를 가르는 기능은 있지만 공간을 가두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운이 자유롭게 안과 밖에 퍼진다. 그녀의 회화 속 건축학상의 입 ‧ 출구 공간에 대한 모호함은 <Into the hole, 2009>에서 입을 아래로 항문을 위로 처든 다소 우스꽝스러운 행위의 남성을 통하여 육체의 공간으로 확장 반영된다.



이은실 작가 주요 출품작


  이진주는 개인적인 기억의 단편 속에서 주변을 인식함으로써 자아를 발견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녀는 세밀한 필치로 친숙한 도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배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그녀의 작업은 형태와 색채에 관한 작가고유의 시각논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기의 본질을 되묻고 순수한 시각적 경험과 체험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화면을 만든다. 그리고 섬세한 밀도와 투명한 시각적 질감을 드러낸 방식을 통해 사실적이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풍경으로 변모된다. 현대인이 느끼는 양면적이며 복잡한 심리 등 내면의 다양한 층위를 자신만의 시각적인 조형체계로 풀어내고 있다. 실용적 사물의 형태가 화면 곳곳에 재현되지만 일상적인 기능성을 제거, 각기 다른 가치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의 세계를 포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진주 작가 주요 출품작


  작가의 꿈, 그 초현실적인 공간은 그녀의 작품에서 현실이 되고 그녀가 존재하는 현실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비현실이 된다. 관객들은 다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열려진 작품을 바라보고 개인적인 체험들을 녹여내며 작가와 따뜻한 교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으로 지난해 1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발행하는 격 주간 e-매거진인 Art Museum 연재를 마치며 그동안 필자의 졸고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심규환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
2011. 4. 25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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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04/21 14:12:44 Posted at : 2011/04/20 18: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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