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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 예술, 통섭의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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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환의 레지던스 이야기

(12) 예술, 통섭의 옷을 입다



  올 1월부터 매월 1회 씩 소개되고 있는 ‘심규환의 레지던스 이야기’가 내년 4월까지 연장 게재됩니다. 당초 이번 회를 끝으로 시리즈가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레지던스 프로그램 기사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이 뜨거워 필자와 상의 끝에 4회분을 더 싣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 誅>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익스플로라토리엄 전경



  레지던스프로그램은 제한된 기간 동안 작가에게 공간 및 비용 등 작품제작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지원하는 예술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서 그 내용과 성격은 실질적, 구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 경제적 위기로 인해 작가들의 창작여건이 더욱 어려워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창작지원 관련정책들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태동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의 레지던스프로그램은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의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하였고, 국제교류 프로그램, 오픈스튜디오, 학술행사 등 다양한 지원방식으로 중무장해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지원사격을 하는 등 그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지역주민 등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레지던스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성은 문화에 대한 총체적이고 집중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작가들에게 자유로운 예술활동 영역을 확보해주고 그 안에서 유, 무형의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서구 문화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레지던스프로그램들의 경우 자국의 예술가들이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는 경우와 외국예술가들이 자국 혹은 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익스플로라토리엄 내부모습


  한편, 다문화, 다 장르의 예술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나 가치를 인식하고 교류와 함께 유연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인적교류의 단초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역시 참여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레지던스프로그램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작가들이 단기간에 성취하기 어려운 영역의 예술 활동에 대해 괄목할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레지던스프로그램은 각 창작스튜디오 별로 차별성이 없이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데 그쳐 기존의 공간제공에서 한걸음 나아간 기능 정도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예술 지원정책과 미술환경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이 아닌 창작과정과 개발에 중점을 두는 예술 지원체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계기로 전략적으로 보완된 창의구현 시스템과 이를 실험할 수 있는 제반환경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디치 효과’의 저자 프란스 요한슨은 “관계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분야가 융합해 새로운 교차점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창조와 혁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와 후원을 받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메디치 가문은 당대의 예술가, 과학자 등 이질적 역량을 모아 그 과정에서 얻은 창조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르네상스’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프란스 요한슨이 지은 ‘메디치 효과’ 표지


  최근 아파트 광고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유비쿼터스를 통한 신 개념 주거문화와 부가 가치가 높은 3D 입체영상 기술 등 국내외 과학기술과 대중 문화예술의 융합을 통한 아이디어 산업 즉 콘텐츠 산업의 연구와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창조성이다. 예술은 끊임없이 실험과 창조를 반복하는 실험정신을 갖는가 하면, 과학자들은 호기심과 창조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가지곤 한다. 과학은 현상에 대한 분석사실에 동기를 부여하고 객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예술가들 역시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행동들의 원인이 되는 감정인  호기심을 기초로 해 다각적으로 사고하며 미학적 결론을 얻고 상상력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하려고 한다. ‘최후의 만찬’으로 익숙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술적 활동과 그의 과학적 업적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한 과학적 창의성을 결합해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대중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과학기술과 예술의 상상력을 접목한 전시들이 크고 작은 공간에서 십 수 년 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는 미술과 과학의 상호작용과 이질적인 두 영역의 소통에는 어떠한 언어가 통용되는지 조명한 내용들로서 출품작들의 공통된 특징은 작품에 일정부분 과학적 기술을 응용 도입해 시(視) ‧ 지각적 유희를 제공하며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능동적인 체험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이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과학적 기법, 요소 등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으로 과학의 교육적  ‧ 예술적 가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이 강하고 실험정신이 뛰어난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려하지만 실험적인 창작환경과 관련 기술지원, 자문 등의 내용들이 그들의 실질적인 요구에 발맞추지 못하는 게 현재의 실정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자와 예술가들이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마련되면 가치인식에 따라 서로 연계되어 상호이해와 발전에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예로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엄(Exploratorium)은 과학교육기관이자 박물관이며 과학기술과 예술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점을 들 수 있다. 세계의 여러 진기한 현상과 많은 과학적 진리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혁신적인 환경과 프로그램, 다양한 도구를 통해 발전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작가에게 해당 과학기술관련 자문과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다양한 실험 결과물, 학술적 멘토링 등 창작의 진행과정에서부터 리서치와 연구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익스플로라토리엄은 작가에게 창작의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독일 및 유럽의 독창적이며 국제적인 미디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원과 후원을 하는 ZKM(칼스루헤 미디어기술 아트센터)은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전문 전시공간과 연구공간을 제공해 단순기술 도입이 아닌 이론과 실험을 통해 예술과 신기술이 융화되는 현대예술의 다양함과 풍부함에 가치를 두고 전 세계작가들의 과학기술 교류를 후원하고 있다.



ZKM 야간전경


  이와 유사한 사례들로 매년 6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포르투갈의 오브라스 예술과학센터(OBRAS Centre for Arts and Sciences)는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개인 및 협력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참여기간은 프로젝트에 따라 유동적이고 창작을 위한 스튜디오와 거주를 위한 아파트, 체재비, 항공료 등을 제공한다.

  앞서 소개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창작을 위한 과학기술 지원과 후원의 촉매제가 체계적으로 구축됨을 볼 수 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들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이며 근시안적 지원체계가 아닌 지속적으로 작가역량을 상승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이라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 레지던스프로그램과 지원시스템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참가자들이 서로 존중하고 상호이해와 배려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며 공동 활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일정기간의 체재비와 프로젝트 실험 및 구현을 위한 재정지원에서부터 전문 인력 지원 등의 지원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예술 영역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예술의 접점에서 새로운 실험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술과 다른 학제 및 장르와의 융합을 위한 노력은 창작과정에서도 새로운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작품제작을 위한 과정 전체가 예술로 정의될 수 있으며, 이로써 예술과 다른 분야와의 통섭작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의 예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심규환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
2010. 12. 27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 참고서적 및 URL
- 심규환의 레지던스프로그램 이야기
- 프란스 요한슨 지음, 김종석 옮김 ‘메디치효과’, 세종서적, 2005
-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웅합을 위한 정책연구보고서, 과학기술부 책임연구 박상찬 등, 2005
- www.resarti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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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0/12/23 17:01:00 Posted at : 2010/12/23 15: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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