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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7) 회화작가 안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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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7) 따라가는 풍경 



안경수 작가의 일산 작업실


  나는 풍경을 그린다. 작업실은 일산 주변의 변두리에 있다. 내 작업은 ‘우리의 풍경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풍경이란 무엇이고자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풍경에 대해서 사유하는 방식과 태도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도시의 현실적 풍경(재개발) 앞에 선 바리케이트에 그려진 익명의 거대한 풍경화 그림을 본  이후부터 풍경화가 가진 현대적 속성과 나와의 모순된 교감에서 비롯된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관념적 접근을 배제하고 신체에 의한 풍경의 느리고 긴 경험을 통해서 원본과 표현 사이의 관계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도시 속 자연의 부재한 풍경의 속성을 따라가면서 작업을 해오다가, 2012년 즈음부터 나의 풍경화 작업은 이전의 특정 대상 소재에서 벗어나 보다 나의 일상적인 단면에서부터 차츰 바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요 근래 작업해왔던 도시 근교를 바라보는 불특정 장소의 걷고 보기를 통한 회화 작업은 도시로 거듭나려는 변두리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심리적 대상인 ‘경계의 풍경’이다.



<Glow of factory>, 2015, acrylic on Canvas, 180 x 230cm  


  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어떤 풍경들을 그린다. 지속 가능한 어떤 대상은 순간적인 잔상현상 같은 시각적 여운이 결여된 풍경들이다. 왜냐하면 그 풍경은 더 이상의 순간이란 공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적 공백이란 것은 늘 상 변화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신 안정되고 보호받고 통제된 상태는 이 사회로부터 지속 가능한 가치를 부여 받은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일시적인 순간의 공백을 어떤 폐허로부터 발견하기를 원했다. 결국 그 풍경을 미시적 상태의 표면적 깊이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나의 작업에서 드러내려는 것이다.



<flower night>, 2014, acrylic on Canvas, 180 x 230cm  

 
  지난 7월부터 베를린에 머무르며 작업하고 있다. 6개월간 베를린의 작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거주하는 기간에도 계속 작업해 왔던 해체되는 사회적 ‧ 심리적 풍경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많은 풍경을 보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은 주변이 무너지는 풍경의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았던 유일한 우리 집을 중심으로 나와 관계해 왔던 주변의 모든 풍경들은 그런 무너짐을 통해서 가리어져 버렸고 세워졌고 비워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에게 들어온 새로운 풍경은 드러난 곳과 가려진 곳의 경계가 뚜렷해졌다. 이런 무너진 기억들은 지금까지 작업의 주요한 화두가 되어왔고 다른 많은 곳을 경험해 가면서 이 고민을 관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베를린에 있다. 한동안 이렇게 오랜 시간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blind spot>, 2014, acrylic on Canvas, 180 x 230cm


- 자리와 흔적에 대하여 -


  어떤 자리의 흔적은 그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다. 바이칼 알혼섬의 여름은 나를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독특한 경험의 시간이었다. 제약되고 희박한 인공의 흔적을 찾아나가는 알혼섬에서, 나는 애초에 여행의 개념이 아닌 삶이라는 개념으로 가까이 접근해야만 했다. 삶은 그저 긴 시간을 요구하진 않는다. 아주 짧은 시간조차도 삶의 의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주를 위한 자리란 자신이 삶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작은 흔적부터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4년 안경수 작가가 바이칼 알혼섬을 방문했을 당시의 작업 모습.


  삶의 시작은 배움의 시작이고 관계의 시작이다. 그 시작이 내 앞에 마주서 있을 때 비로소 그 자리에서 흔적의 파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바이칼 알혼의 흔적들은 대다수 자연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바람, 물, 모래, 돌, 나무, 풀, 그리고 그 안의 많은 동물들. 그 수많은 흔적들 사이에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의 흔적은 매우 임시적이고 한정적이다. 심지어 방대한 평원을 두고도 오로지 필요한 만큼의 제약된 자리에서만 허용될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지평선과 사람이 만들어낸 인위적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흔적은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모호한 확신 속에서 며칠 간을 살아가는 동안 천천히 몇몇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내가 흔적을 남길 만한 자리를 찾아갔다.



<power tower>, 2014, acrylic on Canvas, 180 x 230cm  


  얼마 전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바 있다. 이 전시는 작년 러시아 바이칼 레지던시 이후 두 번째 교류행사였다. 작년 여름, 러시아 바이칼호에서 한국 작가와 러시아 현지 작가들 간의 즐거웠던 커뮤니티가 전시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위의 <자리와 흔적에 대하여> 라는 글은 작년 바이칼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서 겪었던 짧은 나의 생각이다. 이 글에서도 나왔지만 나에게 작업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며 세상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그것이 어떻게 비추어 질지는 태도의 문제에 있다. 결국 태도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완성이란 단어는 다소 부정확한 표현이지만 나의 작업적 욕망이라고 해두고 싶다.



<windy days>(Baikal Nomadic Residency Program), 2014


  나는 지금 어떤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가? 약간의 긴장과 불안과 기대는 서로 섞여서 내 안에서 두리뭉실해지고, 나는 그저 풍경을 따라가는 무딘 여행을 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낯선 곳에 나는 와 있다.

회화 작가 안경수
2015. 8. 2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안경수 프로필>
1975년 부산출생
www.angyungsu.com
angyungsu@gmail.com

개인전
2015 가는 길, mmmg, 서울
2014 On Ground, 갤러리현대/윈도우갤러리, 서울
2013 On Ground, project space MO, 서울
2012 barricade, ccuullpool, 서울
2010 Island, GALLERY b’ONE, 서울
2008 green mountain, 브레인 팩토리, 서울
2006 playroom, 갤러리 꽃, 서울

단체/프로젝트
2015 IN and OUT, 서호미술관, 남양주, 경기
2015 풀이 선다, 아트 스페이스 풀, 서울
2015 한-러 국제교류전 <한줌의 도덕>, 이르쿠츠크 국립 미술관 수카초바, 이르쿠츠크, 러시아
2015 somewhere out there-한국 필리핀 교류전, 한국문화원, 마닐라, 필리핀
2014 대화-공감의 확산,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경기
2014 생생화화, 경기도미술관, 안산, 경기
2014 무제 공연, 니키타 빈체로브스 호텔 뮤직홀, 바이칼 알혼섬, 러시아
2014 black and white: summer solstice party, 토마스파크, 서울
2014 커먼센터 개관전 <오늘의 살롱>, 커먼센터, 서울
2014 Reload, 프로젝트 스페이스 필리피나스, 퀘존시티, 필리핀
2013 who draws, 갤러리 버튼, 서울
2013 FACTORY 주제 기획전 On Mobility-움직이는 풍경, KOBALT+FACTORY, 서울
2013 풀 퍼블릭 <아트타운 프로젝트-은가비시리즈>, 까페 은가비, 서울
2013 꿀풀 레지던시 보고전, 꿀 가슴라운지, 서울
2012 ULTRA-NATURE : Overdose of Green, 수원미술전시관, 수원
2012 UP-AND-COMERS 신진기예, 토탈미술관, 서울
2010 특별한 이야기, 시안미술관, 영천
2010 Artists In Residence, 아뜰리에프랑크푸르트 갤러리,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프랑크푸르트, 독일
2010 Home & Away,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갤러리, 고양
2010 프로포즈7, 금호미술관, 서울
2010 Bibliothèque: 접힘과 펼침의 도서관, 갤러리 상상마당, 서울
2009 BRIDGE PROJECT: project 4. 한국 청년 작가 그룹전, 창아트, 베이징, 중국
2008 2008부산비엔날레 '미술은 지금이다', 부산문화회관, 부산
2008 The Bridge_가나아트갤러리 개관 25주년 기념전 The 1st bridge『시선의 권리 -scope』,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8 제11회 황해미술제  '나는 너를 모른다'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레지던시
2015 글로가우에어 레지던시 프로그램, 베를린, 독일
2014 바이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이르쿠츠크, 러시아
2013 복합문화공간 꿀&꿀풀 레지던시 프로그램, 서울
2010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 문화부 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 프랑크푸르트, 독일
2009~2010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장기), 고양
2009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파일럿 프로그램, 인천

수상/지원
2015 종근당 예술지상, 종근당 ‧ 한국메세나협회 ‧ 아트스페이스휴 공동 기획, 서울
201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시각예술(프로젝트)사업, 서울
2014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 창작 ․ 발표 – 9인의 시각예술 유망작가 지원사업, 경기
201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시각예술(프로젝트)사업, 서울
2012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0 제32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중앙일보, 서울
2010 경기문화재단 우수예술창작발표활동지원, 경기문화재단, 경기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2007 제7회 송은미술대상전 장려상, 송은문화재단 주최 인사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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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8/20 10:36:16 Posted at : 2015/08/18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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