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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6) 조각가 차종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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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6) ‘Expose exposed’(드러내기 드러나기) 



조각가 차종례


  나는 매일 10cm 내외의 나무 조각을 깎는다. 나무를 작업의 재료로 선택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대학시절 여러 가지 재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고, 그 중에서 나무가 나의 작업 방식과 맞았을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리 작업의 완성된 형태가 예측되는 작업 방식 보다는 직관적으로 변형이 가능하여 결과를 알 수 없는 작업 방식과 일단 선택된 형태가 내가 개입하여 변형을 할 수 없는 재료가 좋았다. 깎고 다듬고 갈고…….



<Expose exposed 130502>, 2013, wood(white birch plywood), 161 x 241 x 15cm. 


  나무는 시간의 과정(process)을 거쳐 전혀 예상치 못한 형상을 만들어 내기에 좋은 재료였다. 나는 어둡고 단단한 나무 보다는 밝고 유연한 삼나무나 소나무 종류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을 살리기 보다는 개개의 의미 없는 오브제로서의 나무 조각들이 모여 비물질적 기운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형태를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Expose exposed 101018>, 2010, wood(white birch plywood), 870 x 285 x 20cm. 


  최근에는 원목나무와 함께 자작나무 합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합판은 2007년 미국의 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조각가들이 쓰고 버린 박스나 작업대를 모아서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조각가에게 있어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조형 실험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pose exposed 101120>, 2010, wood(yellow cedar), 244 x 236 x 15cm. 


  얼마 전 한 지인(知人)이 “나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이고, 당신과 같은 예술가들은 시간을 쌓아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였다. 처음 뾰족한 원뿔 형상을 나무로 깎기 시작 할 때는 원뿔이라는 형태가 어떤 수평적 상태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그 첫 번째 형태이자 하늘과 맞닿을 수 있는 마지막 형태라는 생각에서, 하나는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생명의 시작이 바로 뿔의 형상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서고자 하는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날카로움이 바로 원뿔 형태라고 생각 하였다. 

  그러나 20여년의 작업과정 속에서 그것이 원뿔이든 원형의 형상이든 개개의 나무 조각의 형태들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나는 매일 의미 있는 노동을 하며 시간을 쌓아 갈 뿐이다. 원뿔이든, 원구의 형태이든 혹은 웨이브(wave)의 형상이든 개개의 조각들은 하나의 완성태이다. 나는 매번 작은 조각 하나 하나를 완성시키면서 한 단위의 노동 과정을 끝맺는다.



<Expose exposed 110123>, 2011, wood(white birch plywood), 230 x 230 x 46cm.


  우리는 경우에 따라 어떤 작품은 말이나 글로 설명을 들었을 때 혹은 제목을 들었을 때 작품의 실마리를 찾거나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의 작업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못하다. 나는 나의 작업들이 그 반대의 상황에 놓이기를 원한다. 작품 구상단계에서 나는 우주의 어떤 공간과 그것들이 내뿜는 에너지 혹은 사막이나 심해를 유영하는 물고기 떼,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파도 등과 같은 거대한 자연현상 - 존재하지만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어떤 공간 - 을 생각하며 시작하지만 작업의 마지막 단계가 되면 크고 작은 비슷한 형태가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아주 사소한 변형을 이룬 나무 조각 오브제의 배열들은 여러 차례의 반복된 행위를 거친 후 어떤 우연적인 형태가 나름의 조형성을 가질 때까지 아무렇게나 섞어 버린다. 그리고 그 조각 오브제의 결합으로 완성된 작품은 처음 내가 생각했던 그저 존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형상들과 연결이 되든 아니든 상관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그들 나름대로 형상을 결정 짖고 이미지를 찾기를 원한다.



<Expose exposed 110227>, 2011, wood(white birch plywood), 242 x 122 x 140cm. 


  주된 나의 작품 ‘Expose exposed’(드러내기 드러나기)는 작가의 의도와 감상자의 상상력을 수동태와 능동태의 이중구조로 표현한 제목이다. 수동과 능동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그것이 나의 창작의지와 상관없이 선입견이 배제된 상태에서 관람자가 자신만의 직관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봐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pose exposed 110304>, 2011, wood(white birch plywood), 500 x 120 x 32cm.


  작품을 하는 내내 나는 오늘 완성한 작품 속에서 어제의 절망과 미래의 희망을 함께 느낀다. 오늘 내가 하는 작업 속에 내일의 작품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쌓였고 원뿔, 원형의 형상들은 쌓여 자연을, 우주를…… 그리고 지금은 가는 막대 곡선들이 쌓여 사막이 되고 파도가 되고…… 그것은 자연일 수도 우주일 수도 혹은 감상자의 단순 복잡한 심상 일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매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같은 작업을 다양하게 풀어갔으면 한다. 작품 앞에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한껏 비상하기를!



<Expose exposed 120416>, 2012, wood(white birch plywood), 600 x 120 x 48cm.


  미술 평론가 윤규홍은 “작가는 매번 작은 조각 하나 하나를 완성시키는 게 한 단위의 노동 과정이며 이 낱개들을 지배하는 법칙을 SPP(self-propelled particle)-스스로 추진하는 단자”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마치 바다 속 물고기 떼, 번화가를 거니는 인파처럼 옆에 있는 낱개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연동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 낱개들을 모아 이차원적 평면에 내면과 외면의 경계인 동시에 내가 아닌 감상자의 상상으로 되먹임(feedback)되는 조형실험을 충분히 하고 있다.



<Expose exposed 131201>, 2013, wood(white birch plywood), 183 x 60 x 22cm. 


  나는 이제 이차원적 평면에서의 작업들을 삼차원적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분명 공간 속 정지되어 있는 이 낱개들은 스스로 연동하여 또 다른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나는 오늘 또 다른 상상 속에 빠져 본다.


조각가 차종례
2015. 7. 27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차종례 프로필>
Cha, Jong Rye

1967  대전출생
1992  이화여자 대학교 조소과 졸업
1996  이화여자 대학교 조소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15 제12회 개인전(Red sea Gallery -싱가폴)
2014 제11회 개인전(분도 갤러리 - 대구)
2014 제10회 개인전(유아트 스페이스-서울)
2013 제9회 개인전(알뮤트 갤러리-서울)
2012 제8회 개인전(남포 미술관-전남 고흥)
       제7회 개인전(Bill Lowe Gallery-미국)
2011 제6회 개인전( Ever Harvest Gallery-타이완)
       제5회 개인전(성곡 미술관)
2008 제4회 개인전(Vermont Studio Center, Red-Mill Gallery)미국
2007 제3회 개인전(관훈 갤러리)
2004 제2회 개인전(갤러리 아트 사이드)
1999 제1회 개인전(덕원 갤러리)

단체전
2015 인식의 변환 IN and OUT(서호 미술관-경기도 남양주시)
       Immortal Present:Art and East Asia(Berkshire Museum,USA)
       수전(나로 우주센터-우주 과학관)
2014 Expose exposed:Meditation in wood(d'Orsay Gallery-USA Boston)
2014 이화조각전(경희 미술관)
       공간 공감(천안 예술의 전당 미술관)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제주)
       바람조각 기억 한조각(남포 미술관-전남고흥)
2013 Time(알뮤트 갤러리-춘천)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전남순천)
       너와 조각전(갤러리 카페 봄-과천)
       너와 조각전-하늘 바람 조각 이야기(하슬라 아트-강원도 강릉)
2012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알바로 시저홀-안양)
       A Magic Moment(바젤 아트센터-Basel)
       water(HADA Gallery-UK)
2011 Unlimited, Unlimited(Kawi Fung Hin Gallery, Hong Kong)
       여성 미술의 힘(제주 도립 미술관)
       너와 조각展(한전 갤러리)
       The Senses; Interactive Perception(HADA Gallery, U.K)
       Toronto Art Fair(Canada, Toronto)
       대만 아트페어(대만)
       KIAF 2011(COEX)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2011(청주-구 연초 제조창)
       Art Road 77(리엔박 갤러리)
2010 너와 조각展-유쾌한 동행(한전 갤러리)
       비컨 갤러리(롯데호텔)
       너와 조각展(Moon Gallery, Hong Kong)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파주 지석리)
       Fact展(R.Mutt Gallery)
       Mix Up展(이천 세계 도자 센터)
2009 한국인의 미학展(Albemarle Gallery-U.K)
       4W 개관 기념展(갤러리 4W)
       너와 조각展(갤러리 이화)
       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일곱가지 것들(이천아트홀 개막전)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장흥 해태 연수원)
2008 리빙 디자인 페어(Designer's Choice-COEX)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경기 연천역)
       너와 조각展(갤러리 이화)
2007 한국-인도 미술 교류展(인도뉴델리 국립미술관)
2006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수색유림목재)
2005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여주 상품 중학교)
       송은 미술대展(예술의 전당)
       너와 조각展(갤러리 도스)
       안녕하세요展(창 갤러리 기획 초대전)
       Seeing with the heart(정동경향갤러리)
2004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설악 한화 리조트)
       너와 조각展(PICI 갤러리)
       공간유혹展(압구정현대백화점)
2003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인천 무의도)
       한국 여류조각회展(공평 갤러리)
       나무 조형展(대전 시립미술관)
       너의 시선을 차단하라(문예 진흥원)
       이화 조각展(관훈 갤러리)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마로니에 공원)
       양평 미술인 협회展(양평 군민회관)
2002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너리굴-안성)
       들목회 창립展(갤러리 아지오)
2001 이화조각展(덕원 갤러리)
       손끝으로 보는 조각展(문예 진흥원)
1999 이화조각展(덕원 갤러리)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강화도 동막리)
       “99EWHA ACTION, VISION"(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분당 탄천)
1998 오늘의 작가 23인의 하제展(갤러리 아지오)
       남양주 미술인 협회展(남양주 시청)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태백-함태)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일산 호수공원)
1997 한국 여류조각회展(문예 진흥원)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도담캠프)
1996 물고을 작가 초대展(모란 미술관)
1994 마감뉴스 야외 설치展(대성리)
       너와 조각展(토 아트 스페이스)
1993 마감뉴스展(청남 갤러리)
       오늘과 내일展(소나무 갤러리)
       흐름展(청남 갤러리)
       너와 조각展(인데코 화랑)
       마감뉴스 야외설치展(마석-녹촌리)
1992 흐름展(청남 갤러리) 
 
작품소장
플라자 호텔(서울), 성곡 미술관(서울), 남포 미술관(전남 고흥), 코트야드 메이어트(판교), JW메리어트 호텔(중국 장저우)

e-mail: jijelcha@gmail.com, cjr0502@hanmail.net
Home page: www.jongr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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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7/22 14:38:58 Posted at : 2015/07/20 16: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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