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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4) 사진작가 백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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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4)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



<Re-Establishing Shot-#005>, 2012, Digital print, 120 x 218cm


  나는 역사를 기록하는 진지한 작가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찾는 작가도 아니다. 굳이 나에 대해 정의하자면 세상을 바라보고 왜곡하고, 다시 상상하며 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소심하고 시니컬한 공상가일 뿐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무엇인가? 나에게 실재와 허구의 경계는 모호한 줄긋기일 뿐이다. 나는 진실이라고 믿는 세상의 ‘실재모습’이 결국 나의 편재된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카메라의 단순한 시선 처리만 가지고도 세상은 너무나 다중적으로 변모하며, ‘결과적 실감’은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맹목적인 세상에 대한 신뢰가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 차이를 목격하고 괴리감을 느끼는 것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내 작업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 또한 그들 나름의 현실에 대한 잣대에 맞춰 세상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Real World 1-001>, 2004, Digital print,
127 x 169cm 
<Real World 2-012>, 2006, Digital print,
180 x 225cm
 

  2006년 서울로 돌아와서부터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에 대한 이야기에서 교육된 시선, 이야기의 전달 과정에 있어서의 왜곡과 변질 등으로 나의 이야기는 확장되었고, 이는 합성, 확대, 아카이브, 나의 기준에 의한 분류와 나열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 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확장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시점의 작업으로 ‘Blow up’과 ‘Utopia’ 시리즈가 있다. 북한이라는 소재가 갖는 사회적 의미가 강하지만, 사회적 의미에서 벗어난 내가 집중한 부분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내 작업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줄기가 되었다.



<Blow up-#005>, 2005, Digital print, 110 x 100cm


  ‘Blow up’은 흔히 접해 왔던 검열된 북한 사진과 달리 작가 개인의 개입이 능동적으로 들어간 선택과 조작에 집중한 작업이다. 검열 받은 사진 중에 남은 일부분을 선택, 확대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들을 전개했고 북한이라는 소재보다 나의 일련의 행위 자체에 의미가 실려 있다. 감춰진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실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진을 확대한다는 행위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 하는, 그것이 진실이든 허구이든 간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택하고 확대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존재하는 것을 찍는 것에 그치던 사진적 행위가 확장되어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시리즈이다.



<Blow up-#011>, 2006, Digital print, 182 x 160cm

 
  ‘Utopia’는 ‘Blow up’과 떼어 놓고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두 작업은 기록사진과 합성사진의 형태로 인해 달라 보이지만, 북한이라는 소재의 동일성과 이미지에 크고 작은 변형을 가하여 개입하고 있다는 방법적인 유사성이 있다. ‘Blow up’은 직접 찍은 사진의 선택과 확대라는 변형이 주요한 방법이었다면, ‘Utopia’의 경우 북한 정부에서 판매하는 오리지널 사진의 프린트를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해 좀 더 적극적인 변형을 가한 작품이다. 무엇이 유토피아이고 디스토피아인지에 대해선 정의하고 싶지 않다.



<Utopia-#011>, 2008, Digital print, 150 x 205cm 


  다만, 북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를 더 웅장하고 건축적으로 화려하게 변형한 작업을 통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각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의도가 있었고, 이는 ‘Blow up’ 시리즈에서 북한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미지가 검열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작가의 시선으로 선택, 확대한 이미지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음을 통한 실재와 허구의 이야기와 맞물려 더욱 견고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Blow up’과 ‘Utopia’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태도와 의미가 크게 변경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A-#002(YoungHoon, 1995)>, 2011, Digital print, 17 x 25.5cm  


  최근의 작업 중에 가장 중요한 맥락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리즈는 ‘Memento’이다. ‘Utopia’ 시리즈를 작업한 이후로 방법적으로 내 작업을 분류하자면, 직접 촬영을 하는 경우와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이용해 작업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근본적으로 누군가의 역사, 기록, 그리고 삶과 같다. 지난 10여 년간 여러 나라, 여러 장소에서 수많은 사진들을 수집해 왔다. 지금껏 수집해 온 누군가의 역사와도 같은 6만 여장의 사진은 어느 순간 처음 사진을 찍은 주인의 손을 떠나 어디론가 흘러 내 손에 들어 왔다.



<A-#004(12th, Sep, 1973)>, 2011, Digital print, 17 x 25.5cm 
 

  사실 사진을 찍은 사람의 존재나, 사진 속에 찍힌 사람 또는 배경의 사실성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이미지를 만든 제작자에게는 역사이자 기록, 삶으로써의 중요한 가치를 가지지만 제작자에게서 멀어진 낱장의 이미지들은 당시 사건이나 이야기를 설명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端緖)가 되지 않는다. 그저 찰나(刹那)의 순간일 뿐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이야기에서 떨어져 나가고 피상적인 이미지만 남아 있는 사진을 작가가 분류하고, 분류한 수천 장의 사진을 또 다른 타자에게 제공한 뒤 각자의 기준과 이야기에 맞게 선택해서 시리즈를 완성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A-#005(8th, Apr, 2011)>, 2011, Digital print, 17 x 25.5cm


  이 같은 작업 과정을 통해 보여 지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직업이나 성별에 따라 사진을 선택한 기준의 특성이 달라지는 현상, 수천 장의 사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이미지가 중복되는 현상 등이 있는데, 이는 어려서부터 사회적으로 교육된 기준과 시선이 존재함을 방증하는 것이라 여겨질 법 하다.



<A-#006(Ansung, 1993, 3, 4)>, 2011, Digital print, 17 x 25.5cm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 다른 시리즈는 ‘Archive Project’이다. 시대적 ‧ 공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사진을 오려 붙여 하나의 사진을 만들고, 직접 촬영한 사진과 수집한 사진들을 비슷한 컬러로 변형하여 함께 보여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하나의 시리즈가 보여 졌을 때, 관객들은 일말의 의심 없이 사진들 사이의 관계성이나 시대성을 받아들이고, 이음새가 어설프게 이어 붙인 두 장의 이미지를 하나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기능과 특성에 대한 나의 의심이 보여 지는 작업이다.



<Archive project-#009>, 2011, Digital print, 150 x 194cm 
 

  ‘Re-Establishing Shot’은 가장 최근에 하고 있는 작업이다.
얼핏 보면 도시의 전경을 찍은 듯한 사진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5~6개의 도시가 콜라주 되어 있다. 도시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는 사라진 채 여러 도시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겉모습만 가득 차 있다. 이미지를 일반화함과 동시에 그 안의 차이와 체계를 뒤섞고 있는 작업이다. ‘Re-Establishing Shot’과 함께 보여 지는 시리즈는 ‘18buildings’이다. ‘Re-Establishing Shot’이 하나의 큰 지도라면, 그 안에 들어가 하나하나의 건축물들을 발췌하여 작가의 기준으로 재배열한 시리즈이다.



<18 buildings>, 2013, Digital print, each 16 x 21.5inch(18 frames)

 
  사진 매체로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찍거나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재로서의 대상은 이미 누군가를 통해 사진으로 찍혀왔으며 수 없이 보여 져 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보여주는 지금에 와서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분류하고 나열할지 고민하고, 재생산, 재의미화 하는 것이 작가의 태도인지 스스로 질문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작가 백승우
2015. 5. 25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백승우 프로필>
白 承 祐
1973  대전 출생

학력
2005  미들섹스 대학교 Fine art and theory, M.A, 런던, 영국
2002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중퇴, 서울, 한국
200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서울, 한국

개인전
2015  Photographs2001-2015  by Seung Woo Back,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한국
        백승우 개인전(가제), 벤쿠버 센터 에이, 벤쿠버, 캐나다(upcoming)
       벤쿠버 비엔날레 공공 프로젝트-백승우 개인전(가제), 벤쿠버 전역, 벤쿠버, 캐나다(upcoming)
2012  틈, 실현불가능한 일반화, 가나아트센터, 서울, 한국           
        Memento, 두산갤러리 뉴욕, 뉴욕, 미국
2011  판단의 보류, 아트 선재 센터, 서울, 한국
        BlowUp, 미사신 갤러리, 도쿄, 일본
2010  일우사진상 수상전 <Utopia / Blow up >, 일우 스페이스, 서울, 한국
2009  RevisedIdeals, 가나아트 뉴욕, 뉴욕, 미국
2007  RealWorld, 인사 아트센터, 서울, 한국
        Real World, 포일 갤러리, 동경, 일본
2006  Blowup, 가나 보브루 갤러리, 파리, 프랑스

출판
2011  아무도 사진을 읽지 않는다』, SAMUSO/현실문화, 서울, 한국
       『Memento』, 이안북스, 서울, 한국
2010  『Blow up/Utopia』, 이안북스, 서울, 한국
2009  『Blow up/Utopia』, 이안북스, 서울, 한국
2007  『Real World』, 포일, 도쿄, 일본

수상 및 프로젝트
2009   제1회 일우 사진상, 서울, 한국
         Prix Pictec 2009, 영국 & 스위스
2008   Discovery Show, 포토 페스트, 휴스턴, 미국
         KLM Paul Huf Award nominated, Foam Fotografiemuseum, 암스테르담
         Leopold Godowsky, Jr. Color Photography Awards Honorable Mention, Photographic
         Resource Center, 보스턴 대학, 보스턴, 미국
         This Photo is Great, 아사히 출판사, 일본
2006   Six Shooting Stars : BJP, 런던, 영국
2005   One of Best Portfolio; 브라스티라바 포토 페스티발, 브라스티라바, 슬로바키아
2004   드로잉 프로젝트: 윔블던 스쿨 오브 아트, 런던, 영국
2001   제3회 사진 비평상 대상 수상. 타임 스페이스, 서울, 한국

레지던시
2014   밴쿠버 비엔날레, 밴쿠버, 캐나다
2013   아트치요다 3331, 도쿄, 일본
         도쿄원더사이트, 도쿄, 일본
2010   두산 레지던시, 뉴욕, 미국
2008   가나 레지던시, 뉴욕, 미국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아트선재센터, 서울, 한국
포트폴리오 파운데이션, 에딘버러, 영국
휴스턴 미술관, 휴스턴, 미국
가나문화재단, 서울, 한국
두산 연강문화재단, 서울, 한국
넥슨 코리아 컬렉션, 서울, 한국
하나은행 컬렉션, 서울, 한국
매일유업 컬렉션, 서울, 한국
일우문화재단, 서울, 한국
산타바바라 미술관, 산타바바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미국
Michael G. Wilson 컬렉션, 런던, 영국
Smith College Museum of Art, 메사츄세츠, 미국
금호 미술관, 서울, 한국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시드니,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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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5/21 11:54:43 Posted at : 2015/05/19 17: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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