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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3) 한국화가 정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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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3)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 논개 & 어부사시사>, 2000-2015, 한지에 모시, 안료, 염료,  2 x 20 x 3.5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1. 산수를 위한 진혼

  ‘어부사시사’, ‘몽유도원도’, ‘소쇄원’, ‘팔만대장경’ 등의 제목에서도 보여 지듯이 나에게 그린다는 일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박물관이나 오랜 유적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거슬러 조상들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 그 만남과 추억을 화면에 다시 쏟아낸 것이 나의 그림이다. 

  그림을 이루는 질료도 전통 속에, 조상들의 삶을 더듬어 가면서 찾아낸 것들이다. 이것을 나의 손으로 만지고 느끼면서 감각의 촉수로 그 효용과 변수를 화면에 담아낸다.
고려불화에 쓰였던 재료는 현대의 재료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고려불화는 오늘날까지 그 정교한 아름다움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고려불화에 내재된 지고(至高)의 종교적 열망과 함께 그것이 담겨진 그릇인 재료의 차원 높은 해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 어떤 나라의 회화양식과 비교해도 그 과학적 미학적 우수성은 최고의 수준인데 우리는 이러한 유산의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더욱이 그것으로부터 유도된 현대화의 작업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She>, 2015, 한지에 염료, 60 x 90c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안료만 보더라도 광물성 안료와 식물성안료의 조화로운 사용법이 고려불화의 극치의 색채감을 이루어주었고 또 보존성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전통의 재료기법을 부활시키고 개발하는 일은 현대 한국화의 영역을 넓히고 서구의 다른 회화기법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독자적인 채색언어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오색폭포>, 2010-2015, 한지에 안료, 염료, 4 x 6 x 7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오색으로 쏟아 내리는 폭포는 한국여성의 분출하는 힘을 표현한다. 그 힘은 강한듯하면서 부드럽고 모든 것을 감싸는 힘이다. 마치 물은 그 힘이 세지만 항상 낮은 데로 흐르고 흘러서 모든 것에 스미어 적셔주는 것과 같다고 할까. 분수와 같이 폭발하는 힘이 아닌 아래로 흘러 은근히 만물을 생육하게 하는 힘이다. 여성의 힘을 물을 빌려 표현해보았다.

어부사시사(Song of Fishermen)
모시를 염색하고 화면에 부착시킨 다음 채색을 수십 번 반복한다.
색 층 사이에 콩 즙을 발라 투명도를 높인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는 국문으로 쓰여 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시조이다. 이 시조 속 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보길도의 정경과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우리말의 리듬이 어우러져 최고의 시가문학의 경지를 보여준다.
윤선도의 이러한 시심(詩心)과 나의 화심(畵心)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시의 격조만 논하던 당시의 분위기에 우리말로도 한시 못잖은 아름다운 시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듯이 나 또한 우리의 전통재료와 기법으로 서양의 어떤 회화양식 못잖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 논개 & 어부사시사>, 2000-2015, 한지에 모시, 안료, 염료,  8 x 16 x 3.5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폭포의 물이 흘러서 어부사시사를 거쳐 논개에 이른다. 폭포는 상류이고 그 마지막인 하류에 논개가 장엄하게 몸을 던진 물이 있다. 한자가 아니고 한글로 쓰여 진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물결은 굽이쳐 논개를 품는다. 논개는 그 물을 맞이함으로써 영원히 살았고 자유와 해방을 얻었으며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을 적시며 흐르고 있다.


2. 종이 혹은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

역사속의 종이부인

  한지와 모시에 천연안료와 염료 등을 사용하여 만든 깊고 은은한 색과 질감에 여성성을 담아보았다. 한지와 모시는 무척 질기면서도 포용력 있는 바탕을 지니고 있어서 천연의 색을 잘 받아들이고 또 자연스럽게 발색한다. 천연 석채(돌가루 안료)나 자연 염료와 같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는 색감이 맑고 깊으며 건강하고 따뜻한 색 파장을 보낸다. 이러한 전통의 색은 여성의 포용성을 담기에 적합한 것이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 열반>, 2015, 한지에 모시, 안료, 염료, 8 x 16 x 3.5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나는 한반도의 땅에 오랫동안 뿌리를 틀고 자생하여 온 닥의 유전 형질과 한국 여인의 그것이 아주 잘 일치함을 발견한다. 오랫동안 이 땅의 풍토를 가장 잘 극복하며 적응해온 닥나무처럼 한국 여인 또한 강하고 질긴 기질을 지녔다. 종이부인의 배면(背面)에는 이러한 닥과 여성의 생태학적인 깊은 교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 허난설헌>, 2008-2015, 한지에 모시, 안료, 염료, 8 x 8 x 3.5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허난설헌은 비극적 삶을 살다가 간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지난한 삶을 예술로 보듬어 안고 승화시켰다. 그녀의 주옥같은 시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녀의 삶은 더욱 처절했으리라. 수많은 퇴색된 종이와 낡은 천들을 보면서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퇴색함, 남루함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떠올리다.

  <종이 부인>은 종이와 만난 여성이며 종이를 통해 현현(顯現)된 존재이다. 한반도의 땅에 피고 진, 모든 여성들과의 만남이자 하나의 경배와도 같은 제례의식이다. 종이부인을 보며 우리는 한국 역사 속의 무수한 어머니와 딸들을 만나고 그들을 느낀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 열반>, 2008-2015, 한지에 모시, 안료, 염료, 8 x 16 x 3.5m
전시명: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4- 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곡
전시장소: 고려대학교 박물관 지하 및 1, 3층, 전시기간: 2015년 2월27일~2015년 4월12일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이 여성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과언일까. 명성왕후와 한국의 여성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명성왕후를 대좌에 모시고 보살의 모습을 한 한국여성을 좌우로 배치하였다. 오색의 지화가 그녀들의 혼을 위무한다. 한국의 모든 여성에 바치는 노래이다.

명성왕후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이 여성의 죽음으로 시작된 건 아닐까. 몇 달을 작업에 매달리는 동안 100년 전 그녀에게 일어난 사건은 나를 몹시도 힘들게 했다. 우울함과 무력감속에서 헤매며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녀와 그 시대를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나. 엄청난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모든 역사적인 사실과 설명을 배제하고 오로지 색 하나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하기로 하였다. 충격, 격동, 혼란, 혁명 등을 상징하는 붉은 색 하나로 그녀의 모든 것을 감당하기로 하였다. 모시를 소목으로 염색을 하고 화면에 부착시킨 후 적색 안료와 콩 즙 등을 반복하여 칠하며 색의 지층을 쌓아서 역사의 시공을 그려내었다.

한국화가 정종미
2015. 4. 27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정종미 프로필>
鄭鍾美

개인전(20회)
1991-2015 고려대화정박물관, 동산방, 금호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외 국내외 전시 

단체전(120여회)
2014   Houston Art Fair 2014 (Houston)
         최치원 풍류탄생 (예술의 전당 서예관)
2013   어머니의 눈으로(시카고 한인문화센터)
         AMMA UMMA! 암마 엄마! ( India International Centre, 인도 델리)
         현대미술, 원본성에 도전하다 (이화여대 박물관)
2012   겨울 겨울 겨울, 봄 - DMZ 평화그림책 프로젝트 (경기도미술관)
         고암과 오늘의 시대정신전 (고암 이응로 기념관)
         채용신과 한국의 초상미술-초상화, 이상과 허상에 꽃피다 (전북도립미술관)
2011   이미지의 수사학 (서울시립미술관)
         Scope N.Y.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Show (뉴욕) 
         가인(佳人)-동양미술속의 아름다운 사람들 (이화여대박물관)

수상
제13회 이인성 미술상 수상(2012년)        

현재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겸 고려대학교 색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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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4/22 16:39:57 Posted at : 2015/04/22 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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