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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1) 설치작가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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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1) 시간이 흘러



<십일면관음>, 1993, 주파수가 다른 열개의 라디오를 보고 들으며 걷는다

 
  아직까지는 과학의 발달수준이 모자라서 녹음된 매체들처럼 버튼만 누르면 시간을 리와인딩시키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백남준 선생이 자신의 나이 마흔일곱 때 지금의 삶을 스물다섯에 알았더라면 작가를 다시 생각해보았을 거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소리보기>, 1995, 비, 빗소리를 전시공간으로 옮겨오려는 장치



  소리를 볼 수 있을까…….
처음엔 단순히 궁금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더니 해결하지 못하고 일이 갈수록 커져버렸다. 시작은 1993년 가을부터였는데 처음엔 한국미술사 시간 때 보게 된 석굴암에 있는 십일면관세음보살 슬라이드 한 컷이었다. ‘관음보살’이라는 음차(音叉)된 뜻이 공교롭게도 “소리를 본다.”란 뜻이 내포되었고 천여 년 전에 만들어진 매력적인 이 단어는 당시엔 내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해답처럼 보였다.



<사중주>, 1998, 각각 따로 녹음된 네 개의 악기로 된 음악을 무대에서 재생하는 장치


  인생을 쉽고 편안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 내가 미술을 선택한 계기인데, 대학에 입학한 후엔 나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편안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난 문구가 관세음보살에 관한 불경인 법화경 보문품이었고 거기서 ‘고통을 받을 때 관음보살을 부르면 그가 즉시 해탈하게 해준다.’라는 문구는 니르바나가 편안한 삶의 지침쯤으로 느껴졌다.



<소리보기>, 1999, 가공된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움직임으로 바꾸는 장치


1. 소리를 본다.
  소리를 볼 수 있다, 라는 가능성을 처음엔 문구 그대로 과학적인 접근으로 시도해보았는데 이런 저런 시도와 노력 끝에 실제로 소리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소리를 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변한 것은 미디어를 다루는 아티스트쯤으로 취급받는 정도가 달라진 것 같았다. ‘소리보기’는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이 매혹적으로 소리가 움직이긴 했지만 이렇게 소리를 본다면 그 이유로 인생이 편안해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니, 나에게 의미 없는 행위로 결론지었다.



<소리그림>, 2001, 소리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


2. 소리를 그린다.
  소리를 그린다, 라는 개념은 여러 가지 기술적 시도에서 나온 방법 중의 하나로, 소리는 한번 들리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그림처럼 소리를 그리면 어떨까 싶어 시도한 것이다.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드니까 탄소체 저항과 같은 부품이다. 연필로 그리면 그린 궤적(軌跡)대로 소리를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다양하게 설치가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소리를 보는 여러 행위중 하나가 될지언정 니르바나 접근법으로 볼 때는 바른 행위가 아니었다.



<소리그림>, 2008, 소리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


3. 소리의 무게를 측정한다?
  소리의 무게를 재보는 행위가 소리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이긴 했다. 이 생각에 앞선 시도는 미국에 있을 때 영어로 고생하던 나를 위해 말 또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뉘앙스를 표현해 주는 기계 같은 표준화 장비를 만드는데 있었다. 예상은 대충했지만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만으로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기계를 만드는 것만으로 감정이 표현되기는 어려웠다.



<콘택>, 2011, 소리를 마이크를 통과해 움직임으로 변환시키는 장치


  그 이후엔 마이크로폰처럼 객관화된 소리의 크기로 감정의 외면을 만들어 사람이 생각지 않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시도도 해보고……. 그러다보니 소리가 감정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고 어떤 소리든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사람마다 소리(이미지)의 무게가 달라 평균화 시킬 수 없었다.



<마음>, 2013, 소리를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장치


4. 소리는 마음의 움직임
  해탈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소리를 보겠다고 하며 이십 여 년을 허비하고 나니까 포기했는지 귀찮았는지 그제 서야 마음이 놓였다.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소리란 무엇이냐’를 먼저 정의해놓고 풀어야 풀리는 문제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놓고 꽤나 오랫동안 생각해온 듯하다. ‘소리란 연속되며 연상되는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결국 소리란 마음의 움직임이다’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소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매력과 보이지 않는다는 물성은 아주 좋은 조각의 재료중 하나란 생각이다.



<똑딱>, 2014, 메트로놈(metronome, 음악의 빠르기를 재는 기구) 5개


5. 침묵(沈黙)과 소리
  최근엔 침묵과 소리에 대한 생각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색깔이 있다, 없다를 채도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소리는 형상처럼 존재의 유무를 다루는 이분법이 적용된 구분법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침묵’이란 ‘소리가 들린다’, 의 반대말이 아니고 매우 존재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소리가 없어 본 적이 한순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침묵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층위로 나누어 시도했는데 시각의 변화 등으로 마음이 잠시 없어진 상태가 아니면 소리의 속도차이로 인해 발생되는 물리적인 딜레이, 불규칙적인 엇박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빈곤한 소리의 갭 등이었다.



<0.035>, 2014, 소리가 0.035초 지연되는 파이프


6. 분신사바
  앞으로 내가 시도하려는 방향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분신사바’라는 얼핏 보면 약간 두려움을 주는 주제인데, 연필을 쥐고 대화를 풀어가는 대상이 보이지 않는 귀신이 아니고 자신의 뇌파로 인식하는 자신의 마음속 존재와의  대화이다. 사실 이건 몇 년 전부터 알아보고 있는데 그러기위해 준비해야 할 것과 도움 받아야 할일이 많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선보이려한다.


설치작가 김기철
2015. 2. 23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김기철 프로필>
  1969년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애틀에서 오디오 프러덕션과 칼아츠에서 순수미술과 인티그레이티드 미디어를 전공하였다. 첫 개인전 [십일면관음, 1993]을 시작으로 일관되게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소리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구도(求道)를 의미하기 때문에 주제는 하나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리의 시각화를 꾀한다. 예를 들어 음향학과 전자공학을 이용한 접근을 시도하고 소리를 종이에 쓰게 하는 등의 관객참여 작업, 음파를 입체로 재현하는 작업 등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조각가로서 비교적 초기에 시도했던 소리의 감성적 접근과 음향심리학에 기반을 둔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학력
2006-08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Art/Integrated Media [MFA]
2003-05 Art Institute of Seattle Audio Production
1989-9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 [BFA/MFA]

개인전
2014 [침묵의 소리] 블루메미술관, 파주
2013 [彈性變形] 시민청 소리갤러리, 서울
2010 [華樣] 공간화랑, 서울
2009 [Touch/Dotik] Multimedijski Center Kibla, Maribor, 슬로베니아
2008 [Dependent Arising] Center for Integrated Media, Valencia, 미국
2007 [Sound Looking-Rain] Telic Arts Exchange, Los Angeles, 미국
2006 [Rapport] Jack Straw New Media Gallery, Seattle, 미국
2000 [海印] 인사미술공간, 서울
1998 [不二] 녹색갤러리, 서울
1993 [十一面觀音] 건널목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4 [미래는 지금이다!] 로마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 로마, 이탈리아
2014 [세종대왕, 한글문화시대를 열다] 국립한글박물관, 서울
2013 [해인아트프로젝트: 마음] 해인사, 합천
2013 [공존의방법] 샘표스페이스, 이천
2013 [탐하다]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2013 [Now and New: 신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2 [Project 72-1] 구 홍익초등학교, 서울
2012 [Media city_Seoul : Spell on You] DMC홍보관, 서울
2012 [Playground]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2 [Hanji Metamorphosis] The Highline Loft Gallery, 뉴욕, 미국
2012 [X_Sound] 백남준아트센터, 용인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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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2/16 14:39:31 Posted at : 2015/02/16 14: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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