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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70) 설치작가 손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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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70) 관계(關係)와 아날로그적 개념



  ‘예술가의 작가노트’ 일흔 번째 필자는 조각가 겸 설치작가로 활동 중인 손종준 작가다.  그는 지난 2013년 쿤스트독에서 ‘Defensive Measure’란 타이틀로 개최한 자신의 6번째 개인전과 관련해 류동현 미술저널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내왔다. 인터뷰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인터뷰 답변 내용 중 존칭어 부분은 평어체로 바꿨음을 밝힌다.
<편집자 註>


  

<Defensive Measure0069>, 2014, flophouse, digital print, 110 x 73cm


-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미술이란 예술장르에 빠져들게 된 때와 이유는 무엇인가?
고등학교시절 원래 사관학교에 진학하려던 꿈을, 비평준화고교에 적응하지 못하며, 사춘기시절 문란했던(?) 친구관계로 인한 성적부진으로 접게 되었고, 순전히 대학진학을 위해 미술학원에 기웃거렸다.
미술을 하면 공부를 덜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서 시작하였는데, 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아무튼, 미술학원에 가서 보니,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는 선배,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그때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다. 내가 그림만큼은 여기서 일등을 해보고 싶다라는…….
 결국 그림으로는 일등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는 게 한 가지는 있구나, 라는 생각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 같다.



<Defensive Measure0030>, 2007, digital print, 110 x 73cm


- <자위적 조치>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계기가 있는가?
 어린 시절(중학교1학년) 부모님의 결정으로, 원래 살던 인천에서 강남의 8학군으로 전학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격차’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전학 갔던 당시, 우리 집은 인천에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는데, 강남8학군으로 이사를 가자, 우리 반에서 가장 가난한집 아이가 되어있는 거다. 다른 아이들은 그 당시에 조기유학을 다녀오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대저택에 사는 아이들이 태반이었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ABC를 발음할 때였다. 나는 당시, 내가 깨우치기에는 너무 큰, 어떤 거대한 무엇인가에 위축이 되어, 무척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성인이 되어 느낀 것인데, 한국의 ‘강남’이라는 지역에 뭔가 모를 반감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쪽이 잘못되었다는, 나도 정의하기 힘든 편협한 사고가 생겨났던 것 같다. 이러한 편협한 사고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도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콤플렉스’라는 것이, 종류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이러한 ‘격차’라는 개념에 콤플렉스를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콤플렉스’라는 개념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거나,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내가 만든 작품, ‘자위적조치’는 ‘우리주변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냐.’라는 담론을 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콤플렉스를 느껴가며,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무언가 보호받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고, 그것이 과도한 방어기제인 갑옷형태로 나타났고, 그것 자체가 다시 사람과 사람사이의 ‘벽’이 되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Defensive Measure0045>, 2008, digital print, 110 x 73cm


- 작업의 영감을 불어넣는데 인생 속에서 천착하는 것이 있는가?
 위 답변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 작품의 제작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먼저 전체적인 작품의 레이아웃을 잡고 시작하는가? 만들어가면서 구체화시키는지?
 나는 어떤 형태의 작품이든, 레이아웃을 잡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냥 습관인 것 같다. 레이아웃을 잡으면, 작품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작품에 한계를 처음부터 두고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 왜 이렇게 장인처럼 수공적 방식을 고수하는가? 이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레이저 커팅이라던가, 그런 공장에서 찍어내는 방법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만들어져오는 작품이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순전히 작품의 내용에 기인하는 부분인데, 나의 대부분의 작품(모두 다)이 ‘사람의 마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에 직접적으로 대입되기도 하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뭐랄까… ‘사람’에게 나의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말하자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감정전달에 효과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일종의 ‘신념’이랄까…….



<Defensive Measure0051>, 2008, digital print, 110 x 73cm

 
- 당신의 작품을 보면 나와 세상, 나와 타자에 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같다(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 왜 이런 관계에 집중하는가? 왜 당신에게 이것이 중요한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하는 행위는 정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트위터에 자신을 포장하기위한 가식적인 데이터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는 사람을 보았다. 일견, 솔직하게 자신의 일기를 쓰는 것 같지만, 몇 문장만 읽어도 이 글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금방 알게 되는 것처럼. 그걸 또 쓰는 사람은,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미사여구로 위장하고, 다시 금방 들통 나고, 그것을 읽어낸 사람은 그에게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고, 다시 가식적인 언어로 그를 위하는 척 하고, 쓰는 사람은 들통이 난 줄도 모르고, 더욱 기고만장으로 자신의 가식적 일기를 세상에 늘어놓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반드시 아날로그적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우리는 ‘관계’, ‘우정’, ‘사랑’, ‘의리’, ‘존경’ 등, 이런 개념의 단어들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지, 아니면 디지털의 발전에 의해 개념이 닳아버리고 있는 건지, 너무 관념적으로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날로그적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표상하는 이런 단어들의 개념을 아주 좋아하며, 삶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디지털로는 표현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아날로 그적인, 행동, 마음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관계를 동경하며 갈망한다.



<Defensive Measure0059> 2008, digital print, 110 x 73cm


-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작업 외에 가장 힘든 점은?
 솔직하게 말해야겠지? ㅎㅎ.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어렵다.
 
- 이야기를 넓혀보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의리.’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는데,(괜히 폼 잡는다고 할까봐) 아내와의 의리, 부모자식간의 의리, 친구와의 의리, 사제 간의 의리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는가? 작품의 판매는 활발한가?
 가뭄에 콩 나듯, 소 뒷발에 쥐 잡히듯, 아주 가끔 작품이 판매될 때가 있다. 학교후배들에게 강의하고 받는 용돈으로 생활한다.



<Defensive Measure0067>, 2013, digital print, 110 x 73cm

 
- 미술 외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예술도 좋고, 아무거나 다)? 특히 요즈음 가장 집중하는 관심은?
 내가 결혼해서 아내도 있고, 딸이 둘이 있다. 나이나 직업에 비해 ‘번듯해 보이는’ 가정의 가장이다. ‘보통남편’, ‘보통아빠’들이 아내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게 형편상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할 때도 많지만. ‘보통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좋아하는 음악이 있는가?
 가사가 ‘시’처럼 전달되는 우리나라 노래를 좋아한다. 유재하나 김광석 노래처럼. 최근에는 조용필의 옛날노래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나이가 들었나보다. 예전에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이 부분에 조금 할 말이 있다. 내가 삼십대 후반이 되니, 옛날노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나이에 맞게 감성이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성숙하는 것이라고 자위한다만, 이걸 작업에 대입해보면, 나이가 들면 ‘실험적인 작품’보다 ‘편한 작품’을 하게 되지 아닐까 겁나기도 하다. 자신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줄지 않을까하는 불안함도 있다. 끝까지 젊은 작가로서 도전하고 싶다. 노력하고 있다.



<Defensive Measure0073>, 2014, digital print, 110 x 85cm

 
- 좋아하는 영화는?
 펄프픽션, 러브 어페어, 토요일 밤의 열기
 
-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가?
 인천, 홍대 앞, 도쿄(내가 살던 곳을 좋아한다).
 
- 취미생활이 있다면?
 작업, 작업 구상
 
-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작가는?(한국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그 이유에 대해)
 존경까지는 아닌데, 이불 작가를 좋아 한다. 처음에는 선배님이라 막연히 좋아했었는데, 내가 대학원시절 논문을 쓸 때, 이불 작가의 작품(사이보그)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때, 많은 공부가 되었고, 이 분의 작품이 ‘진심’에 기반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미술작품에 감동했던 것 같다.



<Defensive Measure0063>, 2009, digital print, 110 x 73cm


- 당신에게 미술이란 무엇인가?
 부끄럽지만, 거창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다. 나는 미술가가 ‘이 시대의 사상가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재가 개인 혹은 사회 그 무엇이든, 주제는 이 시대의 담론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장르가 많이 있는데, 음악, 무용, 문학 등…  그 안에서도 세분 화 되고. 나는 미술, 그 중에서도 ‘컨템포러리 아트’야 말로, 가장 고급스럽게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자아도취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취해있지 않으면 계속 못할지도 모른다. ㅎㅎ.
 
- 궁극적으로 당신이 되고 싶은 예술가상은?
 겸손한 작가가 되고 싶다. 소위 잘나가는 작가, 잘 팔리는 작가, 이런 것보다, ‘괜찮은 작가’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작가’란, ‘그 시대에 의미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해 달라(전시도 괜찮고, 작업 일정도 괜찮고).
 작업, 작업구상(그 이외에 별로 할 게 없다).

설치작가 손종준
2015. 1. 26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손종준 프로필>
Son Jongjun
1978년 인천 生

학  력
2011.03.23 타마미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박사과정 졸업, 일본
2011.03.23 예술학박사 학위취득, 일본
2008.03.23 타마미술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 조각전공 석사과정 졸업, 일본
2005.02.1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한국

개인전
2013.10.25 Nomadic Navajo 서울문화재단 홍은예술창작센터, 서울, 한국
2013.05.31 Defensive Measure 쿤스트독, 서울, 한국
2010.06.14 Defensive Measure 문신미술관, 서울, 한국
2009.09.21 Defensive Measure 갤러리 ZERO HACHI, 도쿄, 일본
2008.08.05 Defensive Measure 갤러리 하시모토, 도쿄, 일본
2008.05.06 Defensive Measure 아트포럼뉴게이트, 서울, 한국
2007.06.28 Defensive Measure 보다 사진아트센터, 서울, 한국

장  학
2009.04.01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 선정, 일본

논  문
2011.03.23 Defensive Measure시리즈 고찰, 타마미술대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일본
2010.11.30 사이보그와 갑주의 정신적 및 외형적관련성에 대하여, 예술과 미디어, 한국영상미디어협회, 한국

선  정
2014 Korea Tomorrow 선정 작가
2013 KAP(Korean Artist Project) 3기 작가
2013 SeMA(서울시립미술관) 선정 작가
2012 APT(Artist Pension Trust) 선정 작가

레지던시
2014 고양창작스튜디오 10기(국립현대미술관)
2013 홍은예술창작스튜디오 3기(서울문화재단)
2012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6기(서울시립미술관)

현재
조각가, 예술학 박사
e-mail: jjson841@hanmail.net
homepage: www.sonjongj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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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1/22 13:49:21 Posted at : 2015/01/21 14: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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