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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술가의 작가노트 (67) 한국화가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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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가노트

(67) 불편함에 대한 질문



<UNMONUMENT -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no.5)>, 2008, 벽화기법, 540 x 230cm, 국립현대미술관 2008 젊은모색


 
  늘 질문이 많았다. 나를 향해 질문했고 주변을 향해 질문했고 여전히 질문을 하고 있다.
 제목에 대한 강박이 시작된 것은 이미지적인 문제, 의도화 되지 않은 강제성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었다. 제목은 작가에게 주어진 작업 외적인 방향타라고 생각했다. 작품 제목에 질문을 넣기 시작한 것은 2007년도에 처음 이 UNMONUMENT(非기념비) 작업을 시작했을 때였다.
 
1. 질문의 형식은 강제되어지지 않는다.
2. 질문의 형식은 답을 주지 않는다.
3. 질문의 형식은 그 자체로 선택적이다.
 
  이 세 가지는 불편한 강제에 대한 나의 해답이다. 제목을 질문처럼 만든 것은 비(非)기념비 안에 의미소로 배치되어 있는 단어들과 더불어 이 불편함을 선택적으로 독해하는데 있다.

불편한 질문1)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도장은 칭찬의 확인이었다. 그리고 구분의 증표였다. 한 아이의 표정은 아련하고 애처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팔목에 남은 도장을 그 아이의 팔목에 대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 다 웃었다. 아직도 이 일이 기억에 남는다.



<Unmonument-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2007, 벽화기법, 110 x 80cm

 
  우리는 구분 짓는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옳고 그름, 칭찬과 잘못, 좋고 나쁨 등 사회화(socialization)를 통해 구분과 분리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내면화 과정은 일정한 주입과 동일성의 논리가 전면적으로 깔려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어온 근대적 표제어들(착하게 살자, 하면 된다, 참 잘 했어요, 등과 같은 도덕적 기준)과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일정한 타이틀(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학생, 등과 같은 사회적 위치에 따른 이름들)을 통해 이성은 사회적 기능의 도구화를 거쳐 맹목적인 행위를 낳았고, 그것의 가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다. 실체가 없는 경계 속에서 분리의 일련의 과정은 현실이 되고, 하나의 징표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Unmonument-이것이 현실입니까>, 2008, 벽화기법, 360 x 220cm


  단지 기호로만 존재하는 가치가 합리라는 기준으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되었고, ‘참 잘했어요.’ 도장을 통해 시작된「UNMONUMENT-다들 잘하고 있습니까」는 UNMONUMENT 시리즈의 첫 작업에 질문이 되었다.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참고로 학교는 여전히 지배와 저항이 공존하는 모순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질문2) 둘이 아니다(不二)?
  불자라고 하기엔 믿음이 부족하고 절이 좋아 절을 가는 나는 날라리 불자다. 절로 올라가는 길은 하나 둘씩 짊어진 것을 버리면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절에 가서 오체투지를 하지 않아도 그냥 편했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좋았다. 그래서 믿었다.
 오래된 절의 마지막 대문에 불이(不二)라는 단어가 보였다. 처음부터 뜻도 모르는 단어가 좋았다. (전통적인 사찰들에는 대문들에 해당하는 입구의 일주문, 중턱의 천왕문, 마지막의 불이문(不二門)으로 되어있다. 불이문은 달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불이(不二)는 둘이 아니고 나누어지지 않았으며 다르지 않고, 하나에 또 하나를 보태서 둘이 되는 하나가 아니라 전체, 즉 그것 밖에 없고 상대되는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 하나라고 말한다.

 니체는 “불합리성이란 존재의 반대말이 아니라 존재의 한 조건이다.”라고 말한다. 불합리성은 합리를 위한 조건이다. 이것은 상대적 가치가 서로의 존재적 합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불합리의 존재는 합리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재훈, <Artificial-Study of BehaviorⅠ(행동연구Ⅰ)>, 2013, 3채널 영상


 이처럼 UN-MONUMENT(비기념비)는 MONUMENT(기념비)의 불합리의 가치의 판단을 하기 위한 역설적인 상징물 이였다. 여기에 불이의 개념으로 해석하자면 현실에서는 혼재되어있던 이 두 가지는 분리되지 않고 같은 선상에서 인식이라는 경계를 통해 구분되었을 뿐이고 Unmonument 작업을 통한 기념비와 비기념비의 대치는 분리된 현실일 뿐이다.



<The managed emotion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NO.1)>, 2010, 벽화기법, 나무단 설치, 290 x 350cm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The managed emotion-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NO.1)』회화설치작업은 UNMONUME
-NT 시리즈의 2번째 질문이 되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불편한 질문3) 불편함 ?
  “걔는 왜 그러니? 도대체”
  “ 오늘 ○○이 하는 짓 봤어? 진짜 왕짜증이야, 그치?”
  “아 네네 알겠습니다. 신경쓰겠습니다. 네 ○○ 님(전화를 끊고) 이런 ××× 뭔데 지가 난리야”......



<Artificial-균형의 환타지>, 2013, 벽화기법, 182 x 228cm


  심심치 않게 보는 우리의 일상적인 뒷담화의 예상 가능한 문장들이다.
 사회적 지위와 다른 행동을 들켰을 때, 한 사람에게서 들키기 싫은 모습을 보게 될 때, 혹은 회의가 끝난 뒤 화장실에서 뒷담화를 들킬 때, 자녀들에게 싸우는 모습을 들켰을 때, 친절의 의도가 간파 당했을 때.
 우리는 그 순간 사회와 개인의 경계,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사이의 경계, 행위와 의도의 경계가 뒤엉키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난감하고 불편하며 무안해지는 순간들을 벗어나고자 한다. 이 같은 상황은 가려진 막 뒤에 있었던 일련의 행위나 사건이 무대 앞으로 드러난 상황, 혹은 사적인 방종과 작은 음모의 각본이 무대에 올려 지게 되는 순간들일 것이다.
근작인 <ARTIFICIAL> 시리즈는 연극무대의 구조에 빗대어서 이면의 모습을 통해 불편함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했다.



<Artificial-인공의 인공>, 2013, 벽화기법, 182 x 228cm


증명①
  ARTIFICIAL 시리즈 중《Artificial-행동연구Ⅰ》영상작업은 사회적 역할에 수반된 행위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각본은 없다. 사회가 주었던 각본만 있다. 한명의 행위자가 여러 벌의 옷들을 한 벌씩 차례대로 겹쳐서 입으면서 그 사이에 복장에 맞는 역할의 행위가 다른 행위를 하도록 했다. 이 작업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초반에는 무의식중에 그 복장의 역할과 반대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후반으로 가게 되면 그때 비로소 완전히 다른 행위를 한다는 사실이 었다. 사회가 주는 역할이 무의식중에도 우리의 행위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리고 사회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사회라는 연극에 역할을 하는 기입된 객체로써의 인간의 모습이었다.

증명②
  ARTIFICIAL 시리즈《Artificial-균형의 환타지(no.1)》은 사회의 표면영역에서 보이는 환상과 허상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그 이면영역에서 보이는 현실모습을 상상 하는데 있다.
 2개 중 무엇이 관계라는 강박의 존재하지 않는 환타지인지 잘못된 인식의 일루젼인지 이면의 환상을 통해 표면 영역의 환상과 무대 위에 대치시켰다.   
 
  이 작업은 무대와 무대 뒤편 사이의 장막을 거둬내고 표면, 이면의 행위들을 뒤섞어 아무런 영역의 구분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상반되는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상이한 행위 상황을 만들어 인간의 관계, 사회적 인식에 대한 환상 혹은 일루젼의 이면을 상상하는데 있다.



<Artificial- illusion family(NO.1)>, 2013, 벽화기법, 140 x 170cm

 
증명③
  <ARTIFICIAL> 시리즈 중 정물시리즈는 행위에 의해 일상적 소품이 원래의 의미를 벗어나 어떻게 변이되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는 행위의 의도가 주변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를, 본래의 사물이 그 의미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자신의 핸드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연락처가 저장되어있는지, 누구까지도 아는 사이라는 관계를 드러내는 모습과 얼마나 많은 페이스북의 친구가 있는지를 말하는 모습들.
 관계의 강박에 본래의 의도를 상실한 소품들의 변이된 모습, 상황들을 통해 숨은 의도를 드러내어 보고자 했다.



<Selfish props(no.1)>, 2012, 벽화기법, 45 x 55cm


  물론 인간의 모든 행위에 숨은 의도들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의도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이처럼 세 번째 증명의 작업들은 행위의 의식에 따라 변이된 결과물이기도 하며 역으로는 그 행위의 형태를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Abandoned props(NO.2)>, 2013, 벽화기법, 57 x 109cm


  <ARTIFICIAL> 시리즈는 현재 위와 같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졌다. 이 세 가지 특징들은 사회, 인간, 사물 등이 표면과 이면영역을 가진 동일한 구조형태를 띠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강제되거나 제한된 판타지와 일루젼처럼 느껴지는 관념화 되어있는 인식으로부터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순하거나 숨겨진 이면의 의도들을 드러냄으로써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Artificial-일용할 양식>, 2014, 벽화기법, 58 x 59cm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상대를 통해 우리 자신에게 있는 무엇을 발견하고 우리 자신 속에 있는 것이 우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 불편함의 이유에 대한 나름의 증명이었다. 질문에 강박은 사라졌지만 하나의 질문은 남은 듯하다. 3번째 질문인 “이것이 현실입니까?”

한국화가 이재훈
2014. 10. 27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이재훈 프로필>
Jae-hoon Lee | 李 哉 勳

학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solo exhibition
2013    7th-ARTIFICIAL _ SINCE 2013(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2013    6th-UNMONUMENT(Space Cottenseed, 싱가폴)
2009    5th-NOBLE SAVAGE-SINCE 2009(인터알리아 아트 컴퍼니)
2008    4th-UNMONUMENT_SINCE 2008(금호미술관 금호영아티스트) 외 3회

group exhibition
2014    공간을 점령하라 OCCUPY JUNGMISO(갤러리 정미소)
2013    폭포의 미학(송원아트센터)
2013    2013 ART NOVA100展(798 ARTFACTORY, SZ ARTCENTER, 봉황예도아트센터 중국)
2013    Winter wonderland(스페이스k 광주)
2012    BRAIN-뇌안의 나(사비나미술관)
2012    No.45 Kumho Young Artist(금호미술관)
2011    인터알리아 2008-2011-경계집단(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2011    난지 Open Studio(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1    Bring in to the world(서울시립미술관 난지갤러리 전시기획)
2011    뒷집작가의 베란다(서울시립미술관 난지갤러리)
2011   <다중감각>展(사비나미술관)
2010    5인의 기록 - <Showing Up>(갤러리 두루)
2010    5th Open Studio & Workshop(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2010    <특별한 이야기>展(시안미술관)
2010    OPEN STUDIO 6(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2010    BYUL COLLECTION NOW(신사아트타워)
2010    korean art-(sbin art gallery, 싱가폴)
2010    Bibliothèque: 접힘과 펼침의 도서관(갤러리 상상마당)
2010    OPEN STUDIO 'MAY'(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2010    intro 전(展)(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2010    레지던시 퍼레이드(인천아트플렛폼)
2009    三景別曲-삼경별곡(Salon de H)
2009    미술에 다가가다-금호창작스튜디오 워크숍(갤러리 kring)
2009    The battle of life-안경수&이재훈 2인전(리나갤러리)
2009    Salon des Arts Seoul 2009(AT센터)
2009    서교육십2009 -인정게임(갤러리 상상마당)
2009    starwars episodeⅡ-보이지 않는 위협(unc 갤러리)
2008    젊은모색2008-I AM AN ARTIST(국립현대미술관)
2008    가나아트갤러리 개관 25주년 기념전 'BRIDGE' -PART 2 -
         국내외 젊은 한국작가 25인전(인사아트센터)
2008    2008 MAPPING the Furture of art(인터알리아 아트 컴퍼니)
2008    제8회 송은미술대상전(인사아트센터)
2008    제2회 인사미술제(백송화랑)
2007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 -「한국화 기획초대전」(남송미술관)
2006    제2회 한 중 청년작가 한국화 교류전(중국염황미술관)
2005    송은미술대전(예술의 전당)
2004    VISION 21- Painting & Sculpture 장르의 고유성 지키기(성신여대)
2004    동아미술제(국립현대미술관)
2003    경기미술-새로운 상상전(이영미술관)

Project
2014   KOREA ARTIST PROJECT(사립미술관협회,문화체육관광부)
2011  구글아트프로젝트-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구글, 사립미술관협회)

AWORD etc.
2010  10~11년도 난지창작스튜디오 5기
2009  09~10년도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6기 
2008  국립현대미술관 젊은모색2008 선정
        제8회 송은미술대상전 장려상
        인사미술공간 아카이브 포트폴리오 선정
2007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02~09 금호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2004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작품소장
사비나미술관, 금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웅 제약, 한국야쿠르트,
프로 파워콤(주), 델(Dell)코리아, 한글과컴퓨터, 중외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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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4/10/22 14:58:11 Posted at : 2014/10/09 12: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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