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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큐레이터의 눈 (91) 비비안 마이어 x 게리 위노그랜드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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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91) 비비안 마이어 x 게리 위노그랜드 기획전



비비안 마이어, <자화상>, 5월5일, 1955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성곡미술관의 2015년 여름특별기획전인 비비안 마이어의 <내니의 비밀>과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 展(이상 2015년 7월2일~9월20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비비안 마이어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입주 유모와 간병인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틈틈이 사진을 찍은 수수께끼 같은 여성으로서, 무려 15만 장 이상의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생전에 단 한 번도 자신의 사진을 전시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전문 포토그래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즉 누군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사진은 절대적 순수함과 강렬함을 품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 <뉴욕 공립도서관>, 뉴욕, c. 1952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반면 1928년 뉴욕 출생인 게리 위노그랜드는 미국의 격동기 시대상을 잡아낸 ‘사회적 풍경 사진가’이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전문 교육을 받은 명성이 높은 작가이다. 그는 ‘직관에 의한 사진 촬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탐구하고, 그 본질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열망으로 붓 대신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위노그랜드는 워커 에반스와 로버트 프랭크를 추종하였고 윌리엄 클라인의 영향을 받았으며, 생의 격정적 순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늘 현장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생생한 시대적, 사회적 표정들을 잡아내었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이와 같이 동시대를 공유하였지만 한 사람은 자신의 순수한 표현적 욕망을 위해서 자신만을 위한 사진을 찍었고, 그 누구에게도 사진들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위노그랜드는 당시 사진예술계에서 촉망 받는 예술가로서 수차례 전시를 열었던 인정받는 예술가였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두 예술가가 기록한 삶의 모습을 함께 전시하여 예술가와 예술작품이란 무엇이며 한 시대, 한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과정의 모호성과 작품의 우상화, 그리고 순수한 시각에 대한 인간의 욕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이번 전시는 위노그랜드가 직접 프린트하고 존 자르코브스키가 1960년대 여성들의 일상을 그린 사진만 골라 선정한 85점의 빈티지 프린트와 인터뷰 영상2점, 마이어의 흑백 ‧ 컬러프린트 115점 및 슈퍼 8밀리 필름 9점, BBC에서 제작한 마이어의 일대기 <누가 유모의 사진을 가지고 갔는가?(Who Took Nanny's Pictures?)> 필름(70분)으로 구성 되었다. 특히 10여점에 달하는 마이어의 셀카 사진이 독특하고 흥미롭다. 셀카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본인의 모습을 그림자를 통해서 또는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곳곳에 암시한다. 



비비안 마이어, <1954년 9월26일, 뉴욕>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베일에 감춰진 고독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1951년 뉴욕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마이어는 1956년 시카고에 정착한 이후 200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카고에서 유모로 생계를 유지하며 생활하였다. 2007년 존 말루프는 우연히 시카고의 한 동네 경매장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놀라운 작품들을 발견한다. 말루프는 역사 자료를 수집하던 중 다량의 프린트와 네거티브 필름, 슬라이드 필름(상당수가 현상되지 않음)과 슈퍼 8밀리 필름을 값싸게 구입하게 되었다. 베일에 감춰진, 고독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 15만 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녀는 30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틈틈이 짬을 내어 코닥 브라우니 박스 카메라와 롤라이플렉스, 라이카를 목에 걸고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성인이 된 마이어가 돌보았던 아이들에 따르면, 그녀는 교양 있고 열린 사고의 소유자로 관대하면서도 무뚝뚝했다고 한다.
 


비비안 마이어, <자화상>, 장소 미상, c. 1950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마이어의 작품에는 일상 속 사물에 대한 사실적인 호기심과 행인들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배어있다. 표정, 태도, 옷차림, 유행하는 액세서리와 소외계층의 삶에 관심을 보이며, 몰래 찍은 사진과 실제로 만나서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미국의 경제가 발전하는 한 가운데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2009년 4월 마이어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사망하였다. 그녀는 19년 가까이 겐즈 버그 일가에서 유모로 일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 그들의 경제적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이어의 소지품 대부분과 필름은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연체된 창고 비용으로 인해 2007년 압류당한 후 존 말루프에게 팔린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행정서류상 오스트리아계 헝가리인이자 프랑스인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의 오트잘프의 샹소르와 아시아, 미국에서도 그녀의 행적에 관한 기록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사진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예술가로서의 행로는 알아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비비안 마이어, <1978년>, 1978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
  이 시리즈는 게리 위노그랜드의 1960년대 미국의 격동기 시대상을 잡아낸 ‘사회적 풍경화’로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넘치는 당시 여성들의 일상을 본능적인 샷으로 잡아낸 미국 사회의 중요한 시기를 밝혀주는 역사적, 예술적 기록들이다. 또한 위노그랜드는 오늘날 패션 사진의 주류가 된 ‘스트리트 스타일’의 사진을 찍으며 시대의 변화를 예술 사진으로 바꿔놓은 작가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 뉴욕현대미술관 사진부의 존 자르코브스키는 위노그랜드가 거리와 공원에서 몰래 찍은 여성들의 사진 85점을 선정하여, 1975년 <여성은 아름답다> 사진집을 출판하였다. 오래 전부터 사진의 주제였던 ‘여성’은 위노그랜드에 의해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 한다. 즉 여성들을 이상화, 물질화시키지 않으며, 연출되지 않은 일상의 모습 그대로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여성들의 매력을 부각시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그때까지 위노그랜드는 수영장, 카페테리아, 상류층의 사교 파티, 뉴욕의 거리 등 장소를 불문하고 여성들을 찍는데 열중하였다. 그는 여성의 누드 사진과 스튜디오의 인물사진을 찍는 대신 패션, 헤어스타일, 제스처, 웃음 혹은 수다를 떨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적 모습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하였다.”(롤라 가리도) 

  게리 위노그랜드는 1952년부터 프리랜서 광고 사진가로 '라이프', '룩',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에서 일하였으며, 당시 사진 가운데 2점이 1955년 <인간가족> 展에 선정되어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여전히 마이너의 위치에 머무른다. 이 시기는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이전으로, 사진 잡지들의 경쟁 시대였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했던 대중매체는 사진잡지였다. 그러나 위노그랜드는 당시 잡지에 실린 상업적 광고 사진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하였고, 주문자들의 요청에 따라 일종의 ‘판박이’로 전락하는 광고 이미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그렇다면 위노그랜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처음부터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1950년대 초반 ‘사진가’가 ‘예술가’라는 개념은 친숙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 사진은 예술 분야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는 극소수의 장소에서 사진전이 열렸고, 미술관에 사진부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러한 시대에 위노그랜드는 ‘직관에 의한 사진 촬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탐구하고, 그 본질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열망으로 붓 대신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즉 ‘거리 사진’은 사진의 한 장르로서, 거리나 공원, 지하철, 대형 쇼핑센터 혹은 박물관과 같은 공공장소의 연출되지 않은 실제 상황 속에 놓인 인간을 촬영한 사진을 이른다. “스트리트 포토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모더니즘과 냉철한 형식주의, 그리고 기술과 산업, 대도시에 대한 열광의 결과물이다.” (프랑수아 브뤼네)

  19세기 말 유럽은 사회 전반적인 현대화로 인하여 ‘거리 사진’의 근거지로 떠오른다. 으젠느 앗제는 이 장르의 선구자로서 파리의 구석구석을 사진의 영원한 주제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앗제는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파리를 찍으며 ‘거리 사진’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었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거리’는 단지 공간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개인의 사회적인 삶과 관계한다. 스트리트 포토는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까지 오랜 시간 동안 주목을 받았고, 이 시기는 각종 휴대용 카메라들이 발명되어 급부상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명확하게 구분하기에는 그 범주가 유연한데, 이것은 초창기부터 익명으로 활동하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사진가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스트리트 포토를 찍어왔기 때문이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필두로 워커 에반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리 프리드랜더, 로버트 프랭크 등 20세기 중반 사진작가들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라는 장르를 탄생시켰고, 1960년대와 1970년대 대도시의 삶을 개성 있게 담아낸 스트리트 포토는 뉴욕에 그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와 테러리즘에 대한 불안이 한데 얽히면서 스트리트 포토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사생활 보호 권리를 소리 높여 외치는 한편,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의 모든 일들을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로 기록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모두는 ‘거리 사진가’인 셈이며, 동시에 우리 세대는 이례적으로 가장 많은 사진을 찍고, 찍힌 사람들이기도 하다.



게리 위노그랜드, <여성은 아름답다>  ©Garry Winogrand


  위노그랜드는 워커 에반스와 로버트 프랭크를 추종하였고 윌리엄 클라인의 영향을 받았으며, 생의 격정적 순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늘 현장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생생한 사회적 표정들을 잡아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 프리드랜더, 브루스 데이비슨, 데니 라이언, 다이안 아버스 등 동시대 사진가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2015. 9. 1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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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9/09 11:42:17 Posted at : 2015/09/07 13: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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