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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큐레이터의 눈 (88)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 메이킹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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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88)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 메이킹 스토리




토탈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 전시장 전경.
<사진=LEE Sangjae>



  5년 전, 코타키나발루에서 학생들과 사진워크숍을 할 때였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사진이 뭘까요?’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다부진 표정으로 답했다. 대부분은 사진을 증거이자 기록이라고 답했다. 이후 작가는 아이들에게 전쟁터에서 찍은 사진 두 장을 보여주었다. 분명 같은 장면인 것 같았지만, 두 장의 사진은 프레임을 잘라 낸 방식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사진으로 거짓말하기’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이 끝났을 때 다시 물었다. ‘사진이 뭘까요?’ 처음과는 달리 학생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문형민, <unknown city #19>, 2008, 디지털 컬러 프린트, 125 x 125cm


  필자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인화나 기타 기술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진관련 심사위원으로 초대받기 시작했다. 미디어아트를 했으니, 사진도 잘 알지 않겠냐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가끔은 그 사진 분야에서의 관점 뿐 아니라, 현대미술 분야에서의 관점도 함께 담기 위해서 필자를 초청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 전시 포스터


  사진은 현대미술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들여다 본 (소위) 사진계는 (그들이 선을 그었던) 미술계와 달랐다. 사진을 전공했느냐 아니냐가 무척 중요했고, 기술적 ‧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의 내용보다 훨씬 많이 논의되었다. 사진계에서의 사진작가와 미술계에서의 사진을 활용하는 작가는 확연히 구분되는 듯했다.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두 분야를 아우르면서 사진에 ‘관한’ 전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사진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정희승, <Unfinished Sentence 1(A set of ten framed photographs)>, 2014, Archival pigment print, Wooden frame, 100 x 61cm(each)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전시는 분명 사진에 ‘관한’ 전시이지만, 작품으로서의 사진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전시는 아니다. 사진의 이론적인 틀이나 사진자체에 대한 미학적인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기보다는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혹은 사진을 둘러싼 어떤 이야기들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동안 기획했던 전시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있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오히려 관람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작품들을 읽어내기를 바랬다. 그래서 전시 가이드 투어 역시 개별 작품에 대한 세세한 설명보다는 ‘사진’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어떤 맥락에서 이 작품들이 선택되었는가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실제와 가장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다는
별로 좋을 것도 없는 명성을 얻고 있는 모방예술이다” (수잔 손탁)



한경은, <Restoration and balance>, 2015, pigment print on the fine art paper, 163 x 120cm
 

   관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진을 모방예술이라 이야기했던 수잔 손탁의 텍스트를 마주한다. 물론 손탁은 사진을 모방예술에 국한되어 설명하려 이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진은 모방예술, 현실의 가장 닮은꼴로 간주된다. 그래서 어쩌면 관객이 가지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이 바로 손탁의 텍스트로 압축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곧이어 보게 되는 다섯 점의 사진은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 쉽사리 답을 주지 않는다.



구본창, <soap 35>, 2007, Archival Pigment Print Edition of 10, 80 x 66cm 


  구본창의 <Soap> 시리즈는 비누를 찍은 사진이지만, 언뜻 예쁜 돌이나 (심지어) 보석처럼도 보인다. 현실의 복사라고 생각했지만, 사진은 이처럼 프레임 각도나 대상의 사이즈에 따라서 현실과는 다른 모습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노순택,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2011, Archival pigment print, 140 x 100cm(each)


  이어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잘 알려진 노순택, 박진영의 작품을 소개했다. 고즈넉하게 눈이 내리는 가운데 옆으로 쓰려져 있는 자동차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나란히 걸어놓은 노순택의 사진(<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이나 란도셀, 카메라, 야구글러브들을 찍은 박진영의 사진은 연평도, 후쿠시마와 같이 사진이 찍힌 현장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박진영, <니토리시_야구글러브>, 2011, C-print, 2300mm x 1850mm, '사진의 길-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 중(쓰나미 높이 14.7m)



  그리고 한 켠에 있는 하태범의 사진은 제목을 보기 전에 어떤 현장인지 알 수 없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대학의 테러사건을 모형으로 만들고 다시 그것을 촬영한 이 작품(<Terrorist attack International University Islamabad>)은 박진영과 노순택의 사진이 촬영된 현장의 모습과 연계되어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태범, <New York 911-1>, 2009, pigment print and face mount, 120 x 180cm
 

  메자닌 공간에 설치된 백승우, 장보윤의 작품은 사진과 내러티브, 그리고 기억에 대해 묻는다. 사진은 찍히는 순간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찍은 사람으로부터 혹은 찍힌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을 때, 이미지와 내러티브는 달라진다. 백승우의 <메멘토>는 이러한 지점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벼룩시장에서 5만장의 슬라이드 사진을 구하고, 이 중 2,700여점의 사진을 선별하여 인화한 다음, 자신을 포함한 여덟 명에게 전달하여, 그 중 다시 여덟 장을 고르게 한 다음 각각에 제목을 붙이게 한 후 전시했다.



장보윤, <천년고도35 A Thousands Years 35>, 2012, Archival digital C print, 80 x 53cm


  이번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첫 전시에서 선별되었던 사진 60여점을 큐레이터, 평론가, 변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여덟 명의 사람에게 보내고, 그 중 여덟 장을 골라 내러티브를 구성하도록 했다. 집 근처 재개발지역의 빈집에서 버려진 사진앨범과 일기장에서 ‘경주’라는 공통의 공간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었다.



백승우, <KBDBs choice>, 2015, Digital pigment print, 30 x 218cm 


  일상적인 공간이 작가의 손과 카메라 렌즈를 거쳐 갔을 때, 얼마나 낯설게 다르게 보여 지는가에 대해서는 정희승, 김도균, 문형민의 작품들이 잘 보여준다. 특히 김도균의 <W.TTM>는 이번 전시를 위해서 새롭게 제작된 작품이다. 토탈미술관 내부 공간의 모서리를 찍어서 사진을 찍은 장소에 따로 또 함께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공간과 공간을 찍은 사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도균, <w.ttm-07>, 2015, C-print Mounted on Plexiglas iron framed, 90 x 120cm
  

  이외에도 김태동, 김진희, 한경은 세 작가는 인물사진을 선보였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도시를 배회하다 만난 인물, 20대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초상사진, 그리고 마치 이 두 유형의 인물들의 마음을 가시화라도 하고 있는 듯 저 멀리 바다의 수평선을 뒤로 하고 온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인의 나신(裸身)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김진희, <말을 했지만>, 2014,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122 x 96cm 


  그런가 하면 수백 장의 이미지의 레이어를 통해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원성원, 평면 사진을 가지고 사진 조각을 만들어 낸 권오상의 작품은 평면으로만 생각했던 사진의 다양한 각도에서의 확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권오상, <With Lean>, 2009, C-print, mixed media, 254(H) x 85 x 65cm


  권순관의 <어둠의 계곡>이나 황규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앞에 선 관객의 시선은 또 한 번 당혹스러워진다. 대상을 ‘찍는’다고 생각했던 사진에서 작가가 ‘찍은’ 것이 무엇인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노근리 사건의 현장이라 추정되는 깊은 어둠의 계곡(권순관), 낡은 시계의 분침과 초침을 제거한 후 근접 확대 촬영하여 마치 은하계처럼 보이는 이미지(황규태)는 관객에게 이미지의 출처에 대해 침묵한다. 이미지를 읽은 단서가 제거된 사진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권순관, <어둠의 계곡(The valley of darkness_Digital)>, 2014, C-Print, 225 x 180cm


  전시장 안에 천연덕스레 들어와 있는 정연두의 <Drive in Theater> 역시 관객들이 제일 즐거워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정작 택시에 올라탔을 때 자신의 얼굴이 정면 스크린에 비치고, 흘러가듯 지나는 도시의 풍경은 또다시 낯설게 다가온다. 전시장을 나오는 길에 바위 밑에 비치는 불빛을 따라 고개를 숙여보면, 온통 붉은 화면의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정연두, <Drive in Theater>, 2013, Installation


  윤병주의 <Exploration of Hwaseoung>이다. 제목이나 이미지를 보면 영락없이 우주의 행성 중 하나인 화성의 모습이다. 게다가 우주탐사 같은 영상까지 덧붙여 의심 없이 우주의 화성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경기도 화성의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윤병주, <Exploration of Hwaseong>, 2013, Ink jet Print, 200 x 600cm


  거짓말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의 거짓말은 참말일 수도 있다. 사진을 둘러싼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이 두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여 18명의 작가를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의 목소리로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진사를 전공하지도, 미술사를 전공하지도 않은 큐레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어쩌면 해석의 지평을 더 확대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황규태, 구본창에서부터 김진희, 윤병주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 사진 전공에서부터 조각전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가들에 대해, 그리고 사진에 대해 꼼꼼히 읽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원성원, <Dream room-Beikyoung>, 2004, lambda print, 160 x 100cm


  사진이미지와 의례적인 기획의 글을 대신하여 작가들마다 필자들을 섭외하고, 필자들에게 작가론을 요청했다. 국내 관객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작가들이고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이미지를 반복해서 재생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매주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더불어 매주 토요일에는 박평종 사진이론가가 선별한 다섯 명의 작가에 대한 현대작가 집중탐구를 진행하여 제작의 측면에서가 아닌 이론의 측면에서 좀 더 꼼꼼하게 작가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사진작가들과 연관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이영준 기계비평가는 2회에 걸쳐 사진과 연관되었던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로 했다. 미술관 한 켠에는 참여 작가들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김태동, <Day Break-029>, 2011, digital pigment print, 150 x 190cm 


  6월21일.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는 끝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작가들과 필자들과 함께 했고, 많은 행사들을 꾸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진에 대해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공간상의 이유로, 예산상의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던 작가들이 자꾸 마음을 잡아끈다. 외국의 큐레이터들이 보는 시선도 한번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이번 전시를 함께 한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기도 하다. 하나의 전시로 사진을 둘러보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너무 과한 욕심이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진에 대한 호기심은 이번 전시가 그저 작은 출발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전시가 끝나가는 무렵, 다음 거짓말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의 거짓말이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여전히 궁금하기에.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2015. 6. 8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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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6/04 11:54:12 Posted at : 2015/06/03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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