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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큐레이터의 눈 (86)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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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86)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2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에 몰려 있는 관람객들


  지속되는 경제난에 이은 미술계의 불황은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한 막막함과 불안감을 점차 가중 시킨다. 국공립이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시각예술 분야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선정되기 위해서는 최상의 작품을 선정해 작품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공모, 입시, 취업, 전시를 위해 누구나 한번쯤 어떤 형식으로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본 경험과 이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많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접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철학이나 작품의 변화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방향까지 예측 할 수 있어 단편적인 전시를 통해 작가를 만났을 때 보다  작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특히 잘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만났을 때 작가와 작품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사비나미술관 전시장에서 24시간 뉴스채널 YTN과 인터뷰 중인 홍순명 작가 


  포트폴리오는 작가의 명함이자 지면이나 웹 상에서의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담기는 내용은 물론 보여 지는 형식도 매우 중요하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러한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제작방식이나 다양한 사례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비나미술관은 이런 점을 감안해 고민 끝에 지난 2013년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1부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당시 전시는 많은 호응을 받아 차후 2탄, 3탄의 전시로 이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고명근 작가 작품 설치 전경


  결국 2015년 3월의 전시 개막을 앞두고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해야 할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선정하고 보다 확장된 내용을 담아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2>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전시와 아카이브로 나누어 오랜 시간 끊임없는 열정과 탐구정신으로 작업을 해 온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를 구성하고, 예술분야에서 실제 로 활용되고 있는 바인더나 웹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가 어떻게 발전하고 증폭되는지, 전모(全貌)를 살펴볼 수 있는 유근택 작가 작품의 설치과정


 
  메인 전시에 참여하는 7명의 작가에게 중점을 둔 부분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도 있게 전시장에 풀어놓을 수 있을 만큼의 뚜렷한 개성과 투철한 작가정신, 지속적인 작업 경력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고명근, 김기철, 김영나, 유근택, 한성필, 홍순명, 홍승혜 작가가 참여하여 사진, 조각, 회화, 사운드아트, 디자인 분야에서 그 동안의 작업을 확장시키거나 함축시켜 작업의 변화과정과 역사, 혹은 창작의 모티브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성필 작가(왼쪽) 작품의 설치과정과 설치전경


  사진작가 한성필은 작가가 포착하는 시점과 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유근택은 대표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발견된 소재가 발전하고 증폭되는 과정을 낱낱이 살펴 볼 수 있게 구성하여 작가의 작업실을 엿보는 듯하다. 홍승혜는 20여 년의 작업의 역사를 텍스트, 컬러, 형태로 압축해 보여주는 반면 고명근 작가는 타임라인 형식으로 첫 작품을 비롯해 지금까지 변화된 과정을 펼쳐 보여준다.



김영나 작가 작품 설치전경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창작의 모티브가 된 거의 10년간의 스케치를 전시장에 설치하고 작업으로 완성된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함께 살펴 볼 수 있도록 했다. 홍순명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을 프리뷰 하는 포트폴리오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설치작품을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사운드조각으로 알려진 김기철 작가는 소리가 공간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소리의 특성을 반영한 스피커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의 의미와 작업세계에 대한 인터뷰를 서면과 영상으로 진행하면서 이번 전시에 대한 의미를 되짚을 수 있도록 했다.



홍순명 작가(왼쪽)와 김기철 작가 작품(오른쪽) 설치전경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에는 90여명 120여 편의 포트폴리오가 소개된다. 지난 1부 전시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2부 전시는 공성훈, 김승영, 노순택, 안창홍, 양대원, 장지아, 정복수, 조해준과 같은 중진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공개된다. 대부분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엮은 작품집 형태나 웹 형태의 포트폴리오이지만 노순택 작가는 이동이 용이한 나무로 된 가방형태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가방을 열면 <좋은 살인> 연작에 관련한 사진집과 필름, 관련자료, 오브제가 한눈에 들어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진 왼쪽부터 노순택(사진), 강이룬(디자인), 임형남 ‧ 노은주(건축) 포트폴리오


  회화작품으로 잘 알려진 공성훈은 미디어와 설치를 병행했던 초기 작업부터 회화 작업까지의 변화 과정을 담은 영상을 함께 공개한다. 젊은 작가들의 경우 국내 레지던시 5기관의 협력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한 국내외 작가와 추천을 통해 구성되었다. 그밖에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안무가와 작곡가의 포트폴리오는 창작의 핵심적인 요소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 웹 형태로 보여주어 인상적이다.



홍승혜 작가 작품 설치전경 


  전시 준비의 막바지 즈음 학예실 회의를 통해 작가들 외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시각예술전공자일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취합하기 시작했고, 미국과 유럽 전역에 유학을 하고 있는 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교의 특징과 당시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취합하고 공개함으로써 학교의 특성과 포트폴리오의 특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해외유학생 포트폴리오 코너


  전시를 만드는데 있어 공간구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정적인 공간배치와 자연스러운 동선(動線)을 위해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관객의 시선과 동선의 흐름에 따라 전시장 곳곳에 머무는 시간을 생각하며 공간의 채움과 비움을 수도 없이 생각했다. 특히 아카이브 공간은 많은 관객이 오랜 시간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신경을 써야 했다. 필자는 수 년 간 몸담아 온 미술관의 전시공간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 공간구성에 있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를 위해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공간디자인 매니저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



아카이브 라운지

 
  기본적으로 참여 작가들과의 소통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 많은 기쁨을 얻게 했다. 전시기획 취지와 다소 엇갈리는 의견에는 작가들의 생각을 존중하되 이견을 조율하여  보다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시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일차적으로는 미술관의 학예실 팀원과 작가들과의 원활한 소통, 나아가 기관이나 기업과의 소통,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관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 진행과정 중에는 관계 업체나 공사 및 설치하는 분들과의 원활한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진행하는 전시만큼은 관계된 누구도 진행 과정에서 불편함을 가지지 않도록 문제되는 상황을 순조롭게 조율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 전시와 아카이브를 위해 1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그만큼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시를 개막한 3월18일은 많은 관계자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오프닝 당일에는 작가의 소통의 수단인 포트폴리오로서의 상징적인 제스처로 유목연 작가의 <목연포차> 이벤트를 진행해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과 작가가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유목연 작가의 <목연포차> 이벤트 장면

 
  전시 개막 준비를 모두 마치고 최종적으로 관객 없는 전시장을 점검할 때면 매번 밀려드는 생각이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수개월 동안 에너지를 쏟고 몰입해 마련한 전시가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지, 작가나 관객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지, 전문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듣게 될지…이러한 복잡한 심경과 함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미술관은 관객과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홍보와 강좌, 아티스트 토크, 세미나  등의 다양한 전시연계 프로그램과 이벤트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여름 기획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2015. 4. 13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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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4/08 14:00:58 Posted at : 2015/04/06 16: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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