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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큐레이터의 눈 (83) 다큐멘터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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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83) 다큐멘터리 스타일



<다큐멘터리 스타일> 전시전경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는 현재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을 스타일, 즉 형식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다큐멘터리 스타일》(2014년 12월9일~2015년 2월25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되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은사진미술관이 지금껏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추구해왔던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오프닝 리셉션 참여 작가 기념촬영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방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으로서《부산사진의 재발견》展(2011년 7월16일~10월2일)을 통해 중요도에 비해서 얕고 척박하기 그지없었던 부산지역의 사진의 역사를 전시와 담론의 맥락에서 끌어냈고, 이후의 지속적인 연계전시로 부산사진을 연구 ․ 정리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The Origin 근원》展(2012년 12월8일~2013년 2월21일)을 통해 부산사진에서 한국사진으로 확장하여, 한국사진의 역사적 정통성과 사진 본질의 정통성에 근거한 11인의 동시대 작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토크 모습

 
  사진에 대한 이러한 다양하고 진지한 논의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4차에 걸쳐 진행된 고은사진미술관 <다큐멘터리 세미나>에서도 그 단초(端初)를 찾을 수 있다. 이 세미나는 산발적이고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사진에 대한 논의를, 한 때 한국사진의 중심에 있었던 부산에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끌어내고자 한 최초의 시도였다. 뿐만 아니라 사진가, 교수, 비평가 등 사진전문가들이 대거 한 자리에 모여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날카로운 논쟁을 펼친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세미나의 목표는 한국 현대사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는 2000년대에 들어 현대미술은 물론 한국문화 전체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자리가 급속하게 확장된 반면, 상대적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침체의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한 반성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2010년 6월에 열린 다큐멘터리 제3차 세미나 모습


  제1차 세미나에서는 한국사진의 전개양상을 살피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했고, 이어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포토저널리즘과의 관계와 경계 속에서 다루었다. 제3차 세미나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사진과의 관계와 위상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다음으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어왔으며, 한국사진에서는 그 개념이 어떻게 규정되고 실천되어 왔는지를 살펴보았다.



주명덕, <한국의 가족>,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이렇게 4회에 걸친 세미나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라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마지막 주제를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그 마지막 주제이자 질문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이 전시를 통해 하나의 대안적 결론1)을 제안하고자 했다. 물론 이 결론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의 전시들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강용석, <매향리 풍경>,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기획자 박평종(미학, 사진비평)은 제1차 다큐멘터리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아 다큐멘터리의 본래적 의미와 역사적 형성과정을 언급하고,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상황을 짚어주었다. 박평종이 제시한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문법, 문제의식이 변화해나가는 사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라는 용어를 현실의 기록에 바탕을 둔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고, 이러한 기록을 예술과 상반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손승현, <삶의 역사>, 고은사진미술관


  박평종에 따르면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그는 기록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사회를 사진으로 담아낸 사진가들이 스스로를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가라고 칭했던 것에 주목한다. 르포르타주, 포토저널리즘, 다큐멘터리 등과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진을 미학적으로 평가하고, 예술로 인정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리얼리즘 사진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예술로 인정받기 위한 도구로 공모전을 활용했다. 공모전은 그에 선정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상작들은 그 평가의 기준에 따른 형식의 획일성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엽, <세월국가, 기록의 정치학>,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박평종은 이러한 한계가 극복된 것이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강운구, 주명덕을 통해서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의미에서 다큐멘터리 방법론을 사진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기록의 정신은 그들의 사진 작업을 이끈 추동력이었으며, 기록의 방법론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주요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박평종, 제1차 다큐멘터리 세미나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상황” 발제문)



이갑철, <충돌과 반동>, 고은사진미술관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식과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주는 사진가 8인의 작업을 통해 사진의 형식적인 요소와 내용적인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부분적으로나마 제시하고자 한 전시이다. 박평종 기획자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결정하는 원리가 사진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자료로서의 다큐먼트 즉 객관주의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래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사진에서 사진가의 관점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이 전시가 객관주의 스타일과 주관주의 스타일 두 부분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이러한 구분 역시 임의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상일, <망월동>, 고은사진미술관


  객관주의 스타일에 포함된 주명덕(dry)은 한국의 변화하는 가족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용석(neutral)은 중간톤과 단조로운 프레임 그리고 정방형의 포맷이라는 형식을 활용하여 감정의 과잉을 배제하고자 했다. 손승현(direct)은 재외동포의 초상을 삶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들의 얼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상엽(eloquent)은 한국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노순택, <국기복용법>, 고은사진미술관


  주관주의 스타일에 포함된 이갑철(dynamic)은 거친 입자와 기울어진 프레임 그리고 흐트러진 포커스 등을 통해 한국적 정서인 한과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이상일(pathetic)은 5. 18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적 상황과 산 자로서의 죄의식을 무겁고 어두운 톤으로 드러낸다. 노순택(allegorical)은 기존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국기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표출시킨다. 한국의 국토를 지도를 그리듯 꼼꼼하게 기록하고자 한 박홍순(lyric)은 개발의 고통이 가득한 우리 국토를 연민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박홍순, <대동여지도 계획>, 고은사진미술관


  이번 전시를 통해 기획자가 임의로 부여한 각각의 스타일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타일이라는 것이 각 작가의 고유한 어법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현실의 기록이 아닌 현실의 해석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다양한 형식의 확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8인의 사진가들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는 물론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정 고은사진미술관 큐레이터
2015. 1. 12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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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1월 31일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전시 연계 세미나는 이전의 다큐멘터리 세미나에 이은 제 5차 다큐멘터리 세미나이기도 한데,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단해보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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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5/01/22 15:44:02 Posted at : 2015/01/07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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