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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큐레이터의 눈 (81) 코드 액트 Code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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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눈

(81) 코드 액트 Code Act



Cod.Act, <Pendulum Choir>, single channel video, 12min32sec, 2011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연결 고리들이 존재한다. 그 연결고리는 대개 인간주체와 관련하여 예술이 언급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퍼포먼스와 무용에 관한 전시들이 열광적으로 기획되었고,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몸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수많은 서사(敍事)와 의미 작용들 때문일 것이다. 

  퍼포먼스는 한때 몸의 물질성을 부각시키면서 이성주체를 해체하는 일종의 비판 작업이었고, (네오) 아방가르드의 최전선에 있었으며, 사회적 관계미학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였고, 몸에 각인(刻印)된 역사와 기억을 육화(肉化)하고 끄집어낼 수 있는 정치적 매개가 되기도 하였다. 공연과 무용 등의 온갖 ‘몸의 제스처’들과 내면적으로 공명할 수 있고, 문학 연극 영화 등과 연계될 수 있는 퍼포먼스는, 오늘날 실질적으로 큐레토리얼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되었다. 인문학적 사유와 몸의 수행성 이 양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 그리고 장르와 매체를 뛰어넘어 관계, 매개, 연동, 동시성이 태생적으로 가능한 것, 그것이 퍼포먼스가 가지는 중요한 예술적 가치 중 하나이다. 
 
  <코드 액트> 展을 기획하게 된 것은 바로 트랙스터와도 같은 이러한 퍼포먼스의 통섭력, 몸의 열렬한 접촉과 소통 능력, 열린 가치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는 퍼포먼스가 가지는 이러한 ‘전이적 수행성’이 인간, 시대, 역사, 사회를 가로지르며 발생시키는 문화적 의미작용들에 대한 관심에서였다. 다시 말해 변이와 접합, 사건의 생성과 변화를 내면화하고 있는 퍼포먼스의 수행성이 우리 삶의 문제를 어떻게 성찰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개입할 수 있는가가 큐레이터로서 <코드 액트>를 시작하게 된 내적 필연성 같은 것이었다.  

 

오프닝 퍼포먼스, 정금형의 비디오 카메라, 2014년 9월4일


  코리아나미술관은 <아티스트 바디>, <마스커레이드>, <퍼포밍 필름> 등 2010년 이후 매년 신체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를 진행해 오고 있다. <아티스트 바디>(2010)가 감각적 충격에서 사유로 이행하는 작가 스스로의 신체 퍼포먼스의 변화과정에 주목한 것이었다면 <마스커레이드>(2012)는 타자를 내면화하는 변장 퍼포먼스에 관한 것이었고, <퍼포밍 필름>(2013)은 무빙 이미지로 번안된 퍼포먼스와 무용의 몸짓에 관한 것이었다. 큐레토리얼의 차원에서 이러한 선례 퍼포먼스 전시와의 변별성을 고민해야 했고, 2014년 퍼포먼스 전시는 오브제, 회화, 설치, 테크놀로지, 영상 등을 비롯하여 문학, 음악, 연극, 영화, 역사 등의 제(諸) 학문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혼재된 퍼포먼스에 주목하기로 하였다. 다양한 예술적 가치와 의미적 맥락들과 연합한, 혼성화된 퍼포먼스가 우리 삶과 역사에서 어떠한 코드를 함의(含意)할 수 있는지, 역으로 이러한 퍼포먼스가 일상적이고 관습화된 코드code를 어떻게 전복(顚覆)할 수 있는지에 질문을 던지고자 하였고, 이에 따라 전시제목도 <코드 액트 Code Act>로 결정되었다.(전시제목은 이번 전시의 출품 작가이기도 한 그룹 ‘코드 액트Cod.Act’의 변형된 버전이기도 하다.)



Joan Jonas, <Reading Dante III>(부분), 3 channel video, 2010 


  <코드 액트>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한 작가의 작품에서 출발하였다. 그것은 2013년 가을, 뉴욕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퍼포마(Performa,NewYork/프로젝트 비아 후원)의 한 프로그램을 참관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조안 조나스의 렉쳐와 퍼포먼스 영상 작업이었다. 거울, 돌, 자연물 등의 오브제와 설치, 드로잉 등을 몸과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조우시키고, 실제 몸과 영상으로 투사된 가상의 몸을 중첩시키면서 인간 삶의 철학적 여정을 시적으로 다루는 그의 퍼포먼스는 몸이 어떻게 세계의 다양한 상황과 교섭하는 ‘접촉’의 장소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진지한 사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80이 가까운 나이에도 퍼포밍에 직접 참여하는 노(老) 작가의 열정적 행보는 바로, 퍼포먼스가 ‘몸으로 쓰는 사유(思惟) 행위’라는 작가적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시각적 충격이나 그로테스크, 현란한 스펙터클, HD로 구현되는 시각적 완벽함은 없었지만 조안 조나스가 퍼포먼스를 통해 던지고자 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왜 지금 퍼포먼스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큐레이터 스스로 해답을 구하게 해주었다.



Joan Jonas, <Reading Dante III>, 3 channel video, 2010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2014


  작가와의 협의 하에 이번 전시에는 <리딩 단테 III>를 선보이기로 하였다. 이 작품은 시, 노래, 춤, 언어, 사운드, 오브제, 영상을 혼용하고 인간의 필멸성을 은유하는 동 · 서양의 방대한 이미지와 신체를 퍼포밍으로 콜라주하면서, 지옥(地獄), 천국(天國), 연옥(煉獄)을 오가는 단테식의 여정을 담아내고 삶을 담담히 통찰하고자 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조안 조나스의 작업은 소위 ‘다원예술’이라 불리는 작업의 성격을 공유한다. 표면적으로 그의 작업은 퍼포먼스, 영화, 영상, 문학, 연극, 공연, 사운드, 오브제, 설치, 드로잉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융합과 통섭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업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이상하리만치 은폐되어 있다. 기술적 부분의 ‘많음多’이 감추어지는 대신, 세계 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퍼포먼스가 세상을 바라보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성찰적 시각이 다多양한 각도로 부상하는 것이다. 퍼포먼스가 하이 테크놀로지와 결합할 때조차도, 기술이 차갑고 머케니컬(mechanical)한 가치로서가 아니라 퍼포머의 신체적 · 정서적 경험을 표현하는, 살에 밀착한 듯 촉각적 가치를 지니는 작업들로 이번 전시는 구성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덤브 타입과 우스터 그룹의 작업이 전시의 한 축이 되었다.



<코드 액트> 전시연계 세미나 장면. 강연자 : 서현석, 강연주제 : 신체의 부재 무대의 현존, 2014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동시에 포괄(包括)하는 것, 이는 큐레이터로서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다. 퍼포먼스의 interdisciplinary한(學際的인, 다른 학문분야와 교류하는) 차원을 물질(기술)적 층위에서 완성도 있고 복잡하게 구성하면서도 그것이 파생하는 비물질적 차원을 명민하게 끄집어내는 작업들을 이번 <코드 액트>에 초대하고자 한 것은 바로 큐레이터로서 최근의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 때문이다.
 


Catherine Sullivan, <Triangle of Need>, video installation, 2007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2014



  사운드 아트, 연극, 영화 등의 복잡한 상호작용 안에 퍼포먼스를 위치시키면서도 인간의 진화, 계급, 부, 가난, 글로벌 경제의 불평등 등의 문제를 간파하고자 한 캐서린 설리반의 다채널 작업을 비롯하여, 드로잉과 설치, 조각, 필름을 퍼포먼스와 결합하고 초기 영화적 기법을 실험하면서 고정된 사실fact이 아닌 수행적 과정process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한 윌리엄 켄트리지의 퍼포먼스 작업과, 테크니컬한 인스컬레이션과 사운드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어둠의 제식(祭式)과도 같은 리추얼(ritual, 의식, 절차)로 인간의 dark side를 감지하게 하는 그룹 코드 액트의 퍼포먼스, 그리고 사물과 인간신체와의 범주적 경계를 전복하는 정금형과 로리 시몬스의 오브제-신체 퍼포먼스 등이 이러한 시각아래 선정되었다.




William Kentridge, <7 Fragments for Georges Melies, Journey to the Moon and Day for Night>,
8 channel video installation, 2003,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2014





The Wooster Group, <To You, The Birde!(Phedre)>,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2002, 2011,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2014



  시각예술이 아닌 공연예술의 계보에서 전설과도 같은 우스터 그룹의 공연 영상을 어렵게 초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시준비과정에서의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텔레비전을 사용한 건축적 무대 설치와 무용, 회화, 음악, 영상 등을 결합하여 고전을 재해석하는 그들의 공연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연극의 미메시스 미학을 해체한 이미지극, 포스트 드라마 극으로 잘 알려져 있다.




Dumb Type, <Memorandum>, video installation, 2000,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전경, 2014


  몸에는 우리의 문화적 기억이 알게 모르게 각인되어 있다. 정신적 유산과도 같은 비물질적 가치가 몸이라는 일종의 물질 내에 주입되어 있음을 우리는 일상에서 시시각각 경험한다. 몸이 기억하는 역사와 문화, ‘몸에 새겨진 기억의 아카이브’는 이번 전시에서 덤브 타입의 <메모랜덤>이 의미화하고자 하는 지점이며, 동시에 차기 코리아나미술관 퍼포먼스 전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향후 퍼포먼스 전시는 이렇게 또 하나의 작품에서 시작한다.

배명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큐레이터
2014. 11. 10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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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4/11/06 15:35:34 Posted at : 2014/11/05 13: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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