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문서
   
 
 
 
 
 
 
 

제목 : (9) 동 시대 미술의 새싹과 양분이 만나는 곳, 졸업전
확대 축소 이메일 인쇄

*개별 사진을 클릭하면 이미지를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황정인의 영국현대미술기행

(9) 동 시대 미술의 새싹과 양분이 만나는 곳, 졸업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영국을 찾는 지인들이 매번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아마도 가볼만한 전시나 공연 추천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년 풍부한 문화예술 행사들로 가득한 영국이기 때문에, 자칭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하는 지인들도 의례적으로나마 볼거리 추천에는 늘 미술전시가 빠지지 않는다. 필자도 굵직한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근 전시를 추천하는 것이 고작이겠지만, 영국의 현대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왕 이곳을 방문한 김에 6월에서 9월에 거쳐 영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미술대학들의 졸업전시를 여행계획에 꼭 추가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필자 역시 올 여름은 6월 브라이튼 대학(Brighton University)을 시작으로 9월초에 열린 첼시대학(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의 졸업전에 이르기까지 영국 각지에서 열린 졸업전 관람을 통해 동 시대의 젊은 예비 작가들의 관심사와 작품동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호에서는 오늘날 영국현대미술을 형성한 인큐베이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미술대학들의 대학원 졸업전(Degree Show)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싹 같은 예비 작가들을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나게끔 북돋아주는 영국의 대표적인 공모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아마도 졸업을 목전에 둔 영국미술대학원생들에게 매년 6월에서 9월까지의 기간은 그 누구보다 바쁘고,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시간일 것이다. 학생들은 대략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작품의 주제와 형식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혹독한 자기고민과 날카로운 지적, 실패와 좌절,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작품을 학교의 강사진 뿐만 아니라, 동료 학생들 앞에서 지속적으로 해석되고 평가받는 수 십 번의 크리틱 과정은 이러한 고민과 좌절, 새로운 도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다. 작품 크리틱을 통해 학생 개개인이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은 졸업전시 기간 중 교내 전시장이나 기존의 작업실을 임시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공간에서 전시되는데, 영국의 미술대학원 졸업전에서 눈여겨 볼 지점 중 하나는 관람객의 수나 관객구성의 다양함이 국내의 졸업전에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재 동 시대 영국현대미술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유명 작가들을 배출한 학교들이 많고, 그로 인한 명성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의 작품을 자유롭게 즐기고, 한 여름의 미술축제와 같은 졸업전 분위기를 만끽하는 데 익숙한 영국민들의 습성도 무시 못 할 요소 중 하나다. 유료로 진행되는 유명 아트페어는 아니지만, 다양한 문화예술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작품 발표의 긴장감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제안이 오가고, 미디어 채널을 통한 학생들의 인터뷰, 관객과의 즉석 대화가 진행되는 분위기는 그에 못지않다. 때론 학교재단이나 문화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수상제도가 전시기간 중 진행되거나, 전시된 작품이 개인 혹은 기관의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개개인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수적인데, 전시기간 중 프라이빗 뷰(Private View)를 통해 미술계 관계자(갤러리, 미술관 디렉터, 큐레이터, 미술기자, 평론가, 콜렉터 기타 미술관련 전문인 및 애호가)들을 배려한 특별오프닝을 개최하거나, 인터넷이나 방송 등의 다양한 매스컴을 활용한 전시홍보방안들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무엇보다 영국의 졸업전시에서 주목할 것 중 하나는 영국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만한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영국의 신생갤러리나 유수의 갤러리 디렉터,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졸업전시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사실이다. 학생들도 이러한 정보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졸업전시는 단순히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니라, 자신의 기량과 관심사가 가장 잘 표현된 졸업 작품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에 의해 선택되고 다양한 연결고리를 맺어갈 수 있는 훌륭한 채널이 된다.


(위에서 아래방향으로) 브라이튼 대학교(사진 1-3), 골드스미스 대학교(사진 4-5), RA(Royal Academy of Arts)(사진 6-8), RCA(Royal College of Arts)(사진 9)의 2011년 대학원 졸업전 전시풍경.


  
  같은 맥락에서 영국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의 학생공모전인 뉴 센세이션(New Sensation)은 졸업한 학생들의 작업이 실제 전시형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사치갤러리의 New Sensation은 방송채널인 Channel 4와 공동주최로 이뤄지는 영국의 학생공모전이다. 만 18세 이상의 미술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모전은 지원기간동안 학생 참가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주최 측인 사치갤러리와 Channel 4, 그리고 미술계 전문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최종 20명의 Short List를 발표하고, 이 중 최종 4명의 대상후보자를 가려내어 Channel 4에서 작가 개개인의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 이 후 최종선정 절차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New Sensation은 2011년 9월 현재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Short List에 해당하는 20명의 학생 작가들과 4명의 최종 후보자들을 발표했다. Short List에 오른 20명의 작가들은 올해 10월에 열리는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 주간동안 New Sensation 전시를 통해 발표기회를 갖게 되며, 이중 Final List에 오른 4명의 작가들에게는 작품제작비를 지원하고, Channel 4의 주관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다. 아울러 제5회  New Sensation의 최종 우승자는 올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선정된 4명의 학생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New Sensation에 대한 언론과 일반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작된 2010년 New Sensation의 다큐멘터리 영상. Channel 4에서 제작한 이 영상은 작가들의 삶과 작품제작과정을 밀착 취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aatchi Gallery from Saatchi Gallery on Vimeo.
*자료출처:
http://www.saatchi-gallery.co.uk/4ns/



  참고로 이 공모전은 전시 타이틀에서 이미 예상했겠지만, 1997년 사치갤러리가 런던의 Royal Academy에서 열린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Gallery>를 통해 YBA(Young Brithish Artists)의 탄생을 알렸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미술의 현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90년대 말의 YBA 전통을 2007년부터는 학생공모전 형태인 New Sensation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나감으로써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은 매년 배출되는 학생들의 수를 감안할 때 확률이 굉장히 낮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New Sensation의 공모전 진행방식이나 공모전에 신청한 학생들의 작업들을 모두 아카이브화 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단기 ‧ 장기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 홍보에 미숙한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Saatchi Gallery의 New Sensation 공모전 홈페이지 및 2011년 Short List 및 Final List에 선정된 20명의 작가리스트.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모전 정보와 함께 지난 5년간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 및 기타 정보가 아카이브로 구축되어 있다.



  한편,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New Contemporaries도 학생 작가들이 미술교육을 거쳐 미술현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1949년 'Young Contemporaries'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New Contemporaries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참가자들이 모두 익명으로 신청을 하고, 문화예술계의 주요인물, 전문가, 작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최종 작가를 선정, 전시하는 방식을 취한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인 금융경제정보 미디어그룹인 Bloomberg의 후원으로 ‘Bloomberg New Contemporaries'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에서 매년 하반기에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Bloomberg 후원으로 진행된 2010 New Contemporaries 홍보영상.
*자료출처:
http://youtu.be/qwjfACVoPnY


  끝으로 미술대학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의 수많은 졸업전시와  이를 통해 배출되는 예비 작가들의 수, 국내의 대안공간, 갤러리, 미술관들이 적극적인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나가고 있는 활동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잠시 생각해본다.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예비 작가들의 졸업전시가 졸업이라는 의미 이상을 지닐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내는 것, 이들이 건강하게 미술계 현장으로 들어와 수 십 년의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마도 작가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교, 갤러리, 미술관, 미디어 등 그들이 속한 사회 속 다양한 주체들의 복합적인 공조 시스템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런던|글 ‧ 사진=황정인 통신원(독립큐레이터)
2011. 9. 12 ⓒArt Museum
<글‧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황정인 프로필>
 황정인(Jay Jungin Hwang).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수석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마인드(2008)’, ‘그림 보는 법(2007)’, ‘명화의 재구성(2007)’, ‘여섯 개 방의 진실(2006)’ 등 다수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진행했다.





확대 축소 이메일 인쇄
Modified at : 2011/09/07 16:48:21 Posted at : 2011/09/06 17:10:01
목록   최신목록 윗글   |   아랫글
위 글은 댓글거부이거나 댓글작성, 조회가 불가한 상태입니다.

동영상  QR코드  
제목작성일뉴스레터 호수
(12) 미술관 자료에 가치를 더하는 일, 리서치와 아카이브 2011/12/07 129 호
(11) 대안공간 재발견, 영국의 ‘Pop-up’ 문화 2011/11/09 127 호
(10) 도시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감성, Art on the U.. 2011/10/05 125 호
(9) 동 시대 미술의 새싹과 양분이 만나는 곳, 졸업전 2011/09/06 123 호
(8) 문화경쟁력 확보를 위한 건강한 투자, 런던의 활발한 작업.. 2011/08/03 121 호
(7) 브랜드로 기억되는 문화예술공간 2011/07/07 119 호
(6) 매월 첫째 주, 런던의 밤은 예술의 향기로 가득하다 2011/06/08 117 호
(5) 시민의 참여, 시민의 선택, 시민의 예술, 공공미술 2011/05/05 115 호
(4)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寶庫), 소장품 2011/04/06 113 호
(3) 놀이를 통해 배우는 작은 실천, 기부 2011/03/10 111 호
(2) 멤버십, 서비스 그 이상의 것 2011/02/10 109 호
(1)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미디어 2011/01/06 107 호
목록   최신목록
1
 
 
  많이본기사
 
해외작가 (104) 리암 길릭...
<가볼만한 전시>더 보이...
<리포트>2017 꿈다락 토...
<프리즘>#셀피(selfie)- ...
<화보>‘5월 문화가 있는 ...
무제 문서
 
home I login I join us I sitemap I contact us I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Copyright(c)2008. Art Museum issued by The Korean Art Museum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
(121-898)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15, 301호(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98-24 재서빌딩 301호)

TEL : 02-325-7732 I FAX : 02-3141-7739 I e-mail :e-magazi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