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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 멤버십, 서비스 그 이상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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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인의 영국현대미술기행

(2) 멤버십, 서비스 그 이상의 것


  영국현대미술을 통해 보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이하 CRM), 그 두 번째 이야기. 오늘은 멤버십을 통한 전시공간과 관객의 지속적인 관계유지에 관해 알아보자. 그 전에 먼저 멤버십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멤버십의 형태에는 무엇이 있을까? 커피숍에서 적립식으로 도장을 받는 멤버십에서부터 적립식 포인트를 쌓는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다른 단위의 단체 및 조직과의 크고 작은 멤버십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멤버십을 통해 고객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고, 작게는 길거리의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에서 크게는 신용카드 회사와 가맹점에 이르기까지 멤버십을 유치하고자 하는 기관들은 그들의 마케팅 대상이 되는 고객의 취향까지 고려한 섬세한 전략으로 좀 더 가깝고 다양한 고객 서비스 관계망을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면 오랜 시간 동안 관객과의 꾸준한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도 맺어갈 문화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은 어떠한 멤버십 형태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관리를 하고 있는가?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 테이트(TATE)의 멤버십 관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영국의 CRM 운영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큐레이터로부터 온 메일
  영국의 우중충하고 스산한 겨울날씨가 계속되던 어느 주말 저녁. 마침 테이트에서 <고갱 Gaugauin> 展을 맞아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진행했던 저녁 관람 프로그램을 일요일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에, 유난히 길었던 일요일 저녁을 오랜만에 문화생활로 마감해보고자 전시장을 찾았다. 그날은 무엇보다 테이트의 1년 회원권을 끊어 처음 사용해보는 날이기도 했거니와, 멤버십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니 관객이 몰리는 인기 있는 특별전에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그만큼 덜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고 즐거웠다.

  기대대로 별 기다림 없이 전시장 입구에서 레이저 카드 리더기에 이름을 대고 전시장에 들어서, 모처럼의 일요일 저녁시간을 미술관 전시 관람으로 보람차게 보내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는 무렵, 핸드폰으로 ‘Christine Riding’이라는 모르는 사람의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호기심에 메일을 열어보니, 그 사람은 바로 테이트에서 이번 고갱 전시 유치를 담당한 테이트의 큐레이터가 아닌가! 내용인즉슨, 고갱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갱 전시를 준비하면서 큐레이터 자신이 개인적으로 애정을 품은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하면서, 회원들은 어떤 작품을 인상 깊게 보았는지, 그에 대한 답변을 고대하고 있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에 대한 피드백은 테이트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뤄질 것이며(지난 호에서 필자는 이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사례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이 담당한 전시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그곳을 수시로 들러 코멘트를 살펴보겠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며칠 후 테이트에서 열리는 다른 전시 관람을 통해서도 이와 같은 메일을 수신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것은 전시장 입구에서 카드 리더기로 인식한 고객정보를 통해 관객의 피드백을 받고자 큐레이터가 직접 작성한 메일이 전시를 관람한 회원들에게 발송되는 자동화 시스템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 이러한 경험이 왜 필자에게는 적지 않은 신선함으로 다가왔을까?


 <사진 1-3> 고갱 전시를 담당한 테이트의 큐레이터 Christine Riding과 현재 테이트에서 진행 중인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전시 담당 큐레이터 Jessica Morgan가 관객의 피드백을 위해 보내 온 메일 전문. 테이트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담당 큐레이터와 작가가 함께 나온 사진을 클릭하면 TATE의 소셜 네크워크 사이트로 연결된다. (*개별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먼저, 관객과 큐레이터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국내의 미술관을 생각해보자. 미술품 전문해설사와 에듀케이터와 같은 전시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이제는 수월해졌을지 모르나,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들의 생생한 작품관을 경험할 수 있었던 큐레이터들의 경우 어쩌면 관객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필자 역시 전시를 위해 유독 신경 썼던 점이나, 그러한 것이 전시를 통해 잘 드러났는지, 큐레이터 이전에 자신도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유독 눈길이 가는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 전시를 담당했던 당사자로서 작품 감상의 주체인 관객과 호흡을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좀처럼 흔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작가와의 대화’ 자리를 통해 관객과 의견을 나눌 수는 있겠지만, 작품의  변천과정이나 전시 의의를 일방적으로 설명한 뒤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끝맺기 일쑤이다. 그런 점에서 담당 큐레이터가 직접 관객의 의견을 묻고, 친근한 말투로 관객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는 자세는 필자에게 유독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형식적이더라도 회원이 다녀간 순간의 기록이 시스템에 입력되어, 그 회원이 집에 돌아가 전시에 대한 감흥이 채 가시기 전에 전시담당 큐레이터가 진솔하고 친근하게 의견을 구하는 시스템(전시담당인 큐레이터뿐 아니라 교육담당, 기프트 숍 마케팅 담당, 때론 디렉터의 메일이 발송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다음 호에서 좀 더 다룰 예정이다)을 통해 관객 피드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관리에 대한 테이트의 마케팅 면모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둘째,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관객 피드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이다. 앞서의 메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를 직접 담당했던 테이트의 큐레이터는 자신의 메일에서 또 한 번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홍보한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관객과의 피드백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큐레이터를 포함한 전시 담당 전문인력들이 전시와 관련된 관객피드백을 직접 체크하고 답변을 작성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비스 그 이상의 것
  그럼 이와 같은 관객의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고도 사람들은 일정비용을 지불하고 테이트의 전시와 관련 프로그램,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큐레이터로부터의 메일링 서비스와 피드백, 기타 관객의 취향까지 고려한 세밀한 고객 서비스는 100% 회원들을 위주로 기획되고 진행된다.

  예를 들어, 연간 멤버십 회원들(연간 회원권은 52파운드-한화 약 10만원)에게 기본적으로 부여되는 서비스로는 TATE Modern, TATE Britain, TATE Liverpool, TATE St Ives 등 총 4개의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를 무제한 관람(1회 전시관람료가 10파운드-한화 약 2만원-임을 고려했을 때, 전시를 자주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전시관람만으로도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할 수 있고, 아트 숍 할인, 멤버십 룸 이용(단순 휴식을 위해 방문해도 무관하며, 미술관에서 개인 휴식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가 회원권을 등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간 3회 발행되는 잡지제공(시즌별로 펼쳐지는 전시에 대한 큐레이터의 글과 타  전시공간의 전시소식, 기타 학술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매우 유익해 학술 자료로 손색이 없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인원수를 추가하는 형식(회원권을 등록할 때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는 회원의 경우, 추가금액을 통해 동반인도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회원제 서비스)이나 기타 서비스 이용영역을 추가하는 방식(런던 프라이빗 뷰 서비스-런던에 위치한 TATE Modern과 TATE Britain에서 열리는 6개의 전시를 선정해 소수의 고객들에게 전시관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멤버십 등록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결제(5파운드 추가비용이 있다)와 연간 자동이체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해 회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멤버십과 관련해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전문가를 초빙해 관객들을 위한 와인 테이스팅 프로그램(와인을 즐기는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블록버스터 전시의 경우 관객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한 아침관람 서비스를 실시한다.



<사진 4> 회원가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는 TATE Members 페이지. 전시관람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회원권을 구매할 수 있고, 긴 문장보다 짧은 글과 이미지로 각 회원권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자료출처
 
http://www.tate.org.uk/members/default.shtm

<사진 5-6> 회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마련된 TATE Modern의 멤버스 룸(Members' Room). 멤버십 룸 가까이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멤버스 룸은 철저하게 회원권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며, 전시 관람 외에 휴식이나 개인 스터디를 위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개별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자료출처
http://www.tate.org.uk/members/formembers/membersrooms/default.shtm


  이와 같이 세분화된 멤버십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멤버십을 통해 보다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관객의 다양한 요구를 십분 반영한 결과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프라이빗 뷰 서비스나 시간대별 관람 서비스를 운영하고, 와인 테이스팅과 같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가 하면, 친구나 연인을 동반한 사람들을 위해 동반 1인을 포함한 회원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관객의 취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발 빠른 마케팅으로 대응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처럼 테이트에서 발행하는 멤버십은 서비스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 준다.


멤버십을 이용한 고객 데이터 관리
  테이트의 멤버십 카드는 단순히 관객이 기관에서 제공되는 모든 시스템에 대한 특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관객이 회원임을 1차적으로 확인하는 것 외에, 회원카드에 내장돼 있는 바코드를 전시장 입구에서 스캔하는 것만으로 관객의 연령과 관객의 수, 관람 시간대 등 모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원터치 시스템으로 기존의 미술관에서 시간대별 관람객 입장현황과 연령, 성별, 이용도가 높은 회원  등의 사항을 일일이 체크해야 했던 수고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정확하고 세분화된 관객 분석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도 눈여겨 볼 일이다. 원터치 형식의 자동화 시스템을 기관 입장에서 100%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관은 관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진 7-12> 테이트의 연간 멤버십 카드와 회원등록과 함께 주어지는 패키지 자료. 멤버십 가입 브로슈어와 테이트에서 발행하는 잡지. 카드와 카드 보관용 커버, 멤버십 패키지, 브로슈어 디자인은 Jim Lambie가 직접 담당했다. 그는 2009-2010년 멤버십 커미션으로 선정된 작가다.
(*개별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사진 13> 테이트의 Members' Art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Members' Commissioned Artist  프로그램. 테이트는 멤버십의 수익으로 작가를 지원하고, 작가는 작품 활동 뿐 아니라 연간 멤버십과 관련된 디자인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결과적으로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작가를 위한 지원으로 이어지며,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멤버십의 슬로건처럼 ‘Be a Part of Tate’(테이트의 구성원)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자료출처
http://www.tate.org.uk/members/formembers/memberscommissionedartist/default.shtm


  이처럼 멤버십을 통한 CRM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아마도 이것은 테이트와 같이 덩치가 큰 기관에서나 가능한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전시공간의 규모로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테이트의 사례를 선택한 것은 그러한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보기라는 이유에서일 뿐, 국내의 미술관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의 고객을 고려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혹, 그와 관련한 어려움이 있다면 멤버십 유치와 유지 및 관리에 관한 마케팅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14> 테이트의 멤버십 슬로건 ‘Be a Part of TATE.’ 관객이 문화공간의 일부라는 이 짧은 문구는 관객을 대하는 테이트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끝으로 미술관 공간을 이용하는 관객이 회원으로서 일종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격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테이트가 들인 노력은 국내의 미술관 문화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시대 미술을 소장함으로써 시대의 중요한 사명을 다하는 미술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문화향유, 더 나아가 문화소비 시대 속에서 미술관은 미술과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나고, 부딪히고, 상생하면서 문화가 소비되는 커다란 문화 비즈니스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 관객이 오길 기다리는 미술관에 미래는 없다. 쉴 새 없이 관객이 드나들고, 그들이 내는 크고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테이트 멤버십의 슬로건 ‘Be a Part of TATE’처럼 관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겨 본다. 관객의  온기(溫氣)로 공간을 채우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 더 좋은 문화 콘텐츠를 채워나가는 ‘살아있는’ 미술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런던|글 ‧ 사진=황정인 통신원(독립큐레이터)
2011. 2. 1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황정인 프로필>
황정인(Jay Jungin Hwang).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수석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마인드(2008)’, ‘그림 보는 법(2007)’, ‘명화의 재구성(2007)’, ‘여섯 개 방의 진실(2006)’ 등 다수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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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02/10 14:06:18 Posted at : 2011/02/10 13: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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