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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 대안공간 재발견, 영국의 ‘Pop-up’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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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인의 영국현대미술기행

(11) 대안공간 재발견, 영국의 ‘Pop-up’ 문화


  풍부한 문화콘텐츠로 가득한 갤러리, 미술관 등의 문화 공간 이외에도 런던은 도시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오래된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 하얀색 창틀이 매력적인 빅토리안 하우스, 색색의 페인트로 장식된 가게들, 활기가 넘치는 재래시장, 갖가지 기이하고 매력적인 물건들로 보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주말 벼룩시장, 도심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정원과 공원.

  이 중에서도 시내를 나갈 때면 가끔씩 정체모를 작은 가게들과 마주하게 된다. 거리의 흔한 옷가게 중 하나려니 생각하고 들어가 보면, 신진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실험적인 의상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곳이고, 거리의 작은 책방이라 예상하고 발을 들여놓으면, 독립 큐레이터들이 삼삼오오 뭉쳐 만든 기획전시회와 함께 도록, 엽서, 포스터 등 그동안의 활동자료를 함께 비치해 놓은 공간이다. 일명 ‘팝업 숍’(Pop-up shop)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런던에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문화플랫폼이다. 오늘은 평범한 도시의 일상 공간 속에 자리하면서 대안적 공간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영국의 팝업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도심의 빈 공간을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나가고 있는 런던의 팝업 숍.
* 자료출처: http://meanwhilespace.ning.com/photo



  ‘팝업 숍’(Pop-up shop) 혹은 ‘팝업 스토어’(Pop-up store or Pop-up retail)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남을 뜻하는 ‘팝업’(Pop-up)이라는 의미가 말해주듯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시간동안 브랜드 마케팅을 목표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형태의 공간을 뜻한다. 사실 팝업 숍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경기침체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임대 형태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건물임대가 잘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건물주가 연 단위의 장기임대가 아닌 주, 월 단위의 단기 임대 형태로 소매상들에게 비어있는 건물 공간을 내어주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움직임이다.

  단, 이러한 팝업 숍은 단순한 임대형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비어 있는 공간을 비교적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에 단기로 임대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이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미주지역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형 브랜드들이 신제품 소개 및 기업 브랜드 이미지 홍보 등의 차원에서 팝업 숍을 공격적이면서 창의적인 마케팅 방안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이것이 유럽, 특히 런던에 와서는 신진 디자이너의 샘플작업을 소개하거나, 재기 발랄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전시하고, 공연무대나 리허설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하나의 실험적인 문화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팝업 숍은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 발표 및 워크 숍, 공연, 리허설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자료출처: http://meanwhilespace.ning.com/photo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러한 영국의 팝업 숍은 경기침체로 인해 비어있는 건물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디자인과 순수미술, 공연예술 등 예술 전반에 걸친 젊은 아티스트들의 증가 추세가 맞물려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몇 달 동안 건물이 비어있는 채로 운영수익을 올리지 못한 건물주가 단기 임대를 주어서라도 기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던 상황과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안이 절실한 신진 디자이너나, 저렴한 임대료에 실험적인 작품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영 아티스트들의 요구가 서로 절묘하게 맞닥뜨린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영국의 팝업 숍 문화는 좁게는 다양한 공간을 임대해주는 건물주, 단기임대를 원하는 영 아티스트, 좋은 입지를 찾아다니는 소매상들의 목적을 달성시키고, 넓게는 죽어있는 도시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런던의 도시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팝업 숍은 일차적으로 건물주에게는 비어있는 공간이 정식으로 임대되기 전, 일시적인 임대수익을 통해 비어있는 공간에 대한 최소한의 건물운영비를 보장하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자신의 작업을 홍보하고 작품의 반응을 살피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일반적인 전시공간을 벗어난 대안적인 형태의 공간에서 부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울러 이러한 팝업 숍 운영을 통해 비어있던 공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되면, 임대공간을 알아보던 소매상들은 정식 임대절차에 앞서 그 공간이 지닌 지리적, 경제적 입지조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건물주는 비어있는 건물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으로 장기간 임대되지 않은 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던 도시 공간이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문화콘텐츠로 채워져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2009년 타임지에서는 이러한 팝업 숍의 움직임이 이제는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단계를 넘어서, 상품의 소비를 넘어 문화적 소비를 지향하는 국민의 새로운 소비 형태와 그 취향을 고려해볼 때, 이미 국가적 차원의 현상으로 봐도 무관하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도시개발차원에 있어서도 이러한 팝업 숍의 움직임은 후기산업화시대의 도시재생(Urban-regeneration) 사업의 사례로 다뤄지고 있다.
 

 
팝업 숍 참여자의 인터뷰 영상. 팝업 숍의 의미와 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
* 자료출처: http://youtu.be/W1BXHrM08_Y



  실제로 런던의 팝업 숍은 주로 1인 기업(self-employed 혹은 micro-entrepreneurship)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지만,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한 작가들이나 독립 큐레이터들이 새로운 형태의 전시공간을 모색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형태로 활용되거나, 예술가의 워크 숍,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회나 기타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장소로 이용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팝업 숍은 판매수익이 주된 목적인 일반적인 숍(shop)의 개념과 달리 단기간 동안 이뤄지는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매개로 하여 각 분야별 관계자들 간의 적극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관객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는 자신의 작업을 빠른 시일 내에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Meanwhile Space의 공식 홈페이지(사진 1). 실질적인 정보 교류를 위해 별도의 블로그 Meanwhile Space Ning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공간과 임대 목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진다(사진 2). 또한 온라인 포럼을 통해 팝업 숍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된다(사진 3).
* 자료출처: http://meanwhilespace.ning.com



   이처럼 게릴라 형식의 문화이벤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영국의 팝업 숍 문화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팝업 숍 문화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체계적인 임대절차이다. 팝업 숍의  임대절차는 단순히 건물주와 임대자의 1대1 형태로 이뤄지는 차원을 넘어서 팝업 숍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보다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영국의 대표적인 팝업 숍 네트워크인 Meanwhile Space는 영국 전역에 걸쳐 오랜 기간 임대되지 않고 버려진 공간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건물주가 정식 임대가 되기 전까지 필요한 운영수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건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공모, 선정하여 비어있는 도시공간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는 전문 단체이다. 

  Meanwhile Space는 단순히 공간임대와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하는 것 이외에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주체들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토론하는 온라인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Meanwhile Space는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뿐만 아니라 건축임대와 관련된 도시개발업체 및 에이전시, 건축재단, 관할 건물이 속해 있는 지자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건물이 속해있는 지역 커뮤니티와 건물주, 임대를 희망하는 다양한 문화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Meanwhile Space와 같이 팝업 숍 개념을 전문화된 형태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단체로는 3Space(www.3space.org), Empty Shop Network(www.artistsandmakers.com/staticpages/index.php/emptyshops), Creative Space Agency(www.creativespaceagency.co.uk), POPse(popse.wordpress.com) 등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Space, Empty Shop Network, Creative Space Agency, POPse의 공식 홈페이지.
* 자료출처: http://www.3space.org
http://www.artistsandmakers.com/staticpages/index.php/emptyshops
http://www.creativespaceagency.co.uk
http://popse.wordpress.com



   이처럼 영국의 팝업 숍 문화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양한 이해 주체들이 각자가 추구하는 최소한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독특한 문화현상이다. 경제적인 운영난으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대안공간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의 미술계 상황 속에서, 하나의 문화형태로 자리매김한 영국의 팝업문화는 그것의 효과적인 운영과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포럼을 통한 지역사회 담론형성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의미의 대안은 그것을 갈망하는 크고 작은 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와 대안적 성격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 협조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글 ‧ 사진=황정인 통신원(독립큐레이터)
2011. 11. 14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황정인 프로필>
 황정인(Jay Jungin Hwang).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수석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마인드(2008)’, ‘그림 보는 법(2007)’, ‘명화의 재구성(2007)’, ‘여섯 개 방의 진실(2006)’ 등 다수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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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11/10 13:42:33 Posted at : 2011/11/09 16: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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