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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 도시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감성, Art on the Under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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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인의 영국현대미술기행

(10) 도시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감성, Art on the Underground


  도심 구석구석을 모세혈관처럼 이어주는 런던의 지하철은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비롯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런던 언더그라운드 혹은 튜브(The London Underground, The Tube)라고 불리는 런던의 지하철 교통시스템은 1863년 King's Cross역을 통과해서 Paddington역과 Farringdon Street역을 이어주는 Metropolitan Railway(지금의 Circle라인, Hammersmith & City라인, Metropolitan라인의 전신)을 시작으로 하여 런던 전역의 270여개 역을 잇는 400여 km의 트랙으로 이뤄져 있으며,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로, 트랙 규모면에서는 상하이 메트로 시스템(약 425km)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심교통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규모적 측면에서의 중요성 이외에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 중 하나는 대중교통과 문화예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시도이다. 오늘은 런던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을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인 동시대 문화예술의 실험적인 장(場)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는 Art on the Underground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
*자료출처: http://www.tfl.gov.uk/gettingaround/14091.aspx



  런던 시내에서의 하루 일과는 튜브와 함께 시작해서 튜브와 함께 끝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하루 3백만 명 이상의 이용객이 찾는 런던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튜브 이용객들은 여정의 출발부터 목적지 도착까지 열차 안에서 소요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와 승강장, 개표구를 오가면서 대략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0분의 시간을 어두운 지하공간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러면 그 시간 동안 시민들이 터널과 승강장을 스치면서 마주하는 풍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로 지하터널을 환히 비추는 인공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이끄는 갖가지 광고문구와 스틸이미지, 동영상, 지하철 안내방송, 사람들의 발소리와 웅성거림 사이로 들리는 악사의 연주와 노래,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동안 마주하게 되는 동그란 고리 모양의 런던언더그라운드 로고, 색색의 노선도가 그것이다.

 앞으로 2년 후인 2013년, 런던 언더그라운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교통박물관의 큐레이터 Jen Kavanagh와 영화제작자 Geoff Marshall는 올해 2월 Northern 라인에 위치한 Tooting Broadway 역에서의 하루 일상을 영상에 담았다. 이 영상은 오늘날 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타임캡슐처럼 담아내 돌아올 15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로 제작된 것이다.
*자료출처: 런던교통박물관의 유튜브 채널
http://youtu.be/YzPbtgWRJeQ



  이 중에서도 런던에 머무는 동안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무료로 배포되는 색색의 튜브 맵이다. 휴대가 간편하도록 접이식으로 제작된 이 포켓용 노선도는 단순한 종이재질의 안내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Art on the Underground는 튜브 맵 프로젝트(The Tube Map Project)의 일환으로 런던 전역의 지하철 운행정보와 보수일정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함께 해마다 대표 작가를 선정하여 포켓용 지하철 노선표의 표지디자인 제작을 의뢰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04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든 이 프로젝트를 통해 Emma Kay의 <You are in London>(2004), Gary Hume의 <Untitled>(2005), David Shrigley의 <Map of London Underground>(2005), Yinka Shonibare의 <Global Underground Map>(2006), Jeremy Deller와 Paul Ryan의 <Portrait of John Hough>(2007), Liam Gillick의 <The Day Before>(2007), Cornelia Parker의 <Underground Abstract>(2008), Mark Wallinger의  <Going Underground>(2008), Paul Noble의 <Troupadour Carrying a Cytiole>(2008), Pae Whited의 <fragment of a Magic Carpet, circa 1213>(2008), Richard Long의 <Earth>(2009), Barbara Kruger의 <Untitled>(2010)가 포켓용 런던 튜브 맵의 표지를 장식했다. 2011년에는 Eva Rothschild의 <Good Times>와 Michael Landy의 <All My Lines in the Palm of Your Hand>가 런던의 튜브 이용객들에게 각각의 노선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함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감각 있는 작가들이 넘치는 상상력과 재치로 노선도의 표지 디자인을 장식함으로써, 런던의 튜브이용객들에게 늘 변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이미지와 함께 대중에게 유익하고 친근한 교통수단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포켓용 튜브 맵의 표지를 장식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장에 모아 보여주고 있는 포스터. Art on the Underground의 기획 및 지원으로 제작되었으며, 모든 작업은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
* 출처: http://art.tfl.gov.uk/projects/detail/1813/




  한편 붉은 색 원형 고리모양에 막대모양의 푸른색 글자판이 가로지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로고(The roundel)는 1908년을 시작으로 1917년까지 지금까지 사용되는 로고타입의 기초를 다졌다. 20세기 초반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홍보매니저였던  Frank Pick은 이른바 ‘total design’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을 통해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는데, 이를 통해 대중교통에 대한 런던시민들의 의식을 함양하고, 세계적으로 런던 언더그라운드 시스템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때문에 이 원형로고는 현재 런던 언더그라운드 외에도 버스표지판, DRL 등 런던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을 알리는 상징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8년은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로고가 탄생한지 100주년을 맞이한 해였는데, Art on the Underground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 전시로 <100 Years, 100 Artists, 100 Works of Art>를 기획하여 다시 한번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의 유명작가 100명이 참여했으며, 런던 언더그라운드 원형로고의 형태, 상징, 그에 대한 기억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원형로고를 소재로 이를 재해석한 100점의 예술작품을 선보인 대규모 아트 프로젝트였다.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원형로고는 런던의 다양한 교통수단을 표시하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자료출처: https://www.tfl.gov.uk/tfl/corporate/media/logos/request-step1.asp



  ‘Art on London Underground’의 또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는 지난 2010년부터  올 2011년까지 진행된 <One Thing Leads to Another – Everything is Connected>이다. Jubilee 라인에서 근무하는 60명의 스태프들의 초상을 드로잉으로 제작하고 이를 영상과 프린트로 보여준 Dryden Goodwin <Linear>(2010), 노선을 따라 각각의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몸짓을 사진으로 담아 그들이 특정 장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던 Nadia Bettega <Threads>(2010), 이밖에도 John Gerrard <Oil Stick Work>(2008년 시작된 장기간 리얼타임 영상프로젝트로 2010~2011년 동안 Canary Wharf역에서 상영되었다), Matt Stokes의 영상설치작품 <The Stratford Gaff:A Serio-Comick-Bombastick-Operatick Interlude>(2010-2011), Jubilee라인 이용객 800여명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Daria Martin의 시민참여형 포스터 작업 <Jubilee line customer daydream survey>(2010)가 본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되었다.

  한편 Art on the Underground에서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들은 다양한 형태의 아트상품으로 탄생하여, 런던교통박물관(London Transport Museum)의 아트 숍을 통해 온 ‧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Art on the Underground의 공식홈페이지.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문화예술프로젝트 및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아카이브를 통해 지난 행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료출처: http://art.tfl.gov.uk/





Art on the Underground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예술작품과 기타 런던의 교통과 관련한 다양한 아트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런던교통박물관의 온라인스토어.
*자료출처: http://www.ltmuseumshop.co.uk/



  이렇게 런던 언더그라운드와 현대예술의 접목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온 Art on the Underground는 기관의 수장인 Tamsin Dillon을 비롯하여 코디네이터 Rebecca Bell, 큐레이터 Louise Coysh, 기술감독 Josephine Martin이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구성원들 모두는 큐레이팅과 순수미술, 영문학과 미술사, 미술관학 등 문화관련 전문 이론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다양한 현대예술실험의 장으로 탈바꿈시켜나가고 있다.

  또한 Art on the Underground는 자체 운영팀 외에도 별도의 자문위원단을 두어, 프로그램의 실현가능성을 검토 받고 최대한의 파급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문위원단은 자문위원장이자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기획전략팀장인 Richard Parry를 필두로 하여, 런던시의 문화정책국장 Justine Simons, 런던 교통국(TFL)의 마케팅국장 Chris Macleod, 런던 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국장 Julie Lomax, Tate Britain의 책임큐레이터 Judith Nesbitt, Whitechapel 갤러리의 교육 및 공공행사팀장을 맡고 있는 Caro Howell, 그리고 작가 Keith Khan와 Mark Titchner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Art on the Underground는 지자체와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를 비롯한 지자체, 문화예술 유관기관 및 협력업체(Arts & Business, Becks Future, Calouste Gulbenkian Foundation, Tate Britain, Fairbridge, John Lyon’s Charity, City of Westminster,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The Freud Museum, The London Transport Museum, XL Events) 등 다양한 주체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실현가능성을 동시에 높여가고 있다.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런던 언더그라운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움직임을 양질의 프로젝트와 다채로운 시민참여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포용함으로써 공공영역에서의 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Art on the Underground는 이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내외부적으로 전문성을 갖춰나가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상 속에 양질의 문화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자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간다는 점도 오늘날 국내의 공공미술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 150년 전 철로를 통해 지역과 지역,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담당했던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기존의 역할에 동 시대 문화예술이라는 향유(香油)를 입어 더욱 부드럽고 튼튼한 고리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는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오늘도 어김없이 런던 시민의 가슴 속으로 예술의 향기를 실어 나른다.

런던|글 ‧ 사진=황정인 통신원(독립큐레이터)
2011. 10. 10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금지>


 <황정인 프로필>
 황정인(Jay Jungin Hwang).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수석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마인드(2008)’, ‘그림 보는 법(2007)’, ‘명화의 재구성(2007)’, ‘여섯 개 방의 진실(2006)’ 등 다수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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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fied at : 2011/10/05 16:32:17 Posted at : 2011/10/05 1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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